HUG, '전세사기 선구제 방안' 비판… "실효성 낮다"

정영희 기자 2024. 5. 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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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보증금 반환채권 가치평가, 임차인 수용 여부 불투명
불법 건축물 공공 매입 불가 문제도 지적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0일 개최한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 세미나를 통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의 맹점을 비판하고 나섰다./사진=정영희 머니S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먼저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정부 기관은 집주인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선구제 후회수'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정 의견을 드러냈다.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가치를 평가하고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을 다룬 조항의 모호성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HUG는 지난 4월30일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 세미나를 열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예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미래가치는 통상 감정평가액으로 대표되는 임차주택 적정가치에 경매 예상 낙찰가율을 곱한 다음 선순위 채권 금액을 빼고 기타 회수 예상액을 더해 계산한다. 이때 예상 낙찰가율과 선순위 채권금액 산정이 곤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상 낙찰가율은 주택 유형과 지역, 시기 등에 따라 30~80% 사이에서 움직인다. 지역·용도·상황별로 다른 낙찰가율 가운데 기준을 어떻게 삼을 것인지가 문제된다.

선순위 채권금액 산정 시에도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맹점이 달라진다. 조세채권을 기준으로 하면 규모 파악이 어렵다. 부동산등기부를 통해서는 체납조세 관련 (가)압류 등 현황 조회만 가능하므로, 임대인의 선순위 조세채권 규모 파약을 위해서는 국세청(국세)과 전국 지방자치단체(지방세)를 통해 모든 체납금액, 법정기일, 당해세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임대인이 다주택자인 경우 조세채권 안분 평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소유한 모든 주택의 수와 각 주택별 적정가치 등을 전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체납 세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HUG 입장에선 어느 시점에 어떤 금액을 기준선으로 선순위 조세채권금액을 산정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단독·다가구주택일 때도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 확인이 쉽지 않다. 해당 임차주택에 대한 전입세대 열람, 확정일자 부여현황 조회, 법원 경매 현황조사서 열람을 통해 선순위 임차인(최우선 소액임차인 포함) 존재 여부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금액은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의 임차주택이라면 임대차계약 미신고 가구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금액은 HUG가 알기 힘들다는 맹점이 있다. 임대차 계약 미신고 주택에선 순위에 따른 물건 금액 확인에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질권이나 사인 간의 채권 등 부동산등기부에 공시되지 않는 기타 선순위 권리는 존재 여부와 금액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법원 경매절차의 권리신고 등을 활용해야 한다.

전세사기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은 대항력 있는 일부 선순위 임차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실채권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원금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당초 보증금 상당액에 미치지 못하는 공정가치 평가 결과를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이의 제기나 분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현재 개정안은 채권 매입비용 회수시 공공기관이 해당 피해 임차주택를 매입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손실 발생이 우려될 경우에만 경매를 통한 배당으로 회수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HUG는 임차인의 신청만으로 임대인 소유 주택을 공공이 의무 매입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주택을 매입하고자 하는 제3자가 있으면 공공 의무 매입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팀장은 "채권 평가금액이 최우선변제금보다 커 실무상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적다면 경매를 통한 배당 회수가 유리하지만 손해가 날 수 있는 경우나 선순위 임차권이 있어 제3자 경매낙찰이 곤란할 때는 아예 매입해버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법은 일괄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실무상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 건축물 또한 실무상 공공 매입이 불가능하다. 다수의 세입자가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한 근린생활시설에 살고 있다. 이 같은 건물은 공공 매입 대상이 아니다. 불법 건축부분의 수선을 전제로 공공 매입할 경우 당초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수선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된다.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평가할 때 수선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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