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만 살아남았다…부동산 한파 속 국내 건설사 비명

백민정 2024. 5. 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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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올해 1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건설부문)은 해외 수주를 앞세워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대부분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 경기 악화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1분기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8조 5453억원, 영업이익 2509억원, 당기순이익 208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7%, 44.6% 늘었다. 회사 측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 대형현장의 공정이 진행돼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양호한 영업이익을 거둔 건 해외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분기 총 매출 중 38.4%가 해외에서 벌어들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46.2%로 더 커졌다. 현대건설은 해외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6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물산(건설부문)도 올해 1분기 매출 5조5840억원, 영업이익 3370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4%, 15.4% 늘었다. 삼성물산 역시 1분기 매출 가운데 절반 수준인 45%(2조5450억원)를 해외에서 거뒀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 공사, 카타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UAE) 초고압 직류송전(HDVC) 공사 등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국내외에서 양질의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본격화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했던 건설사들은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주택 경기가 부진한 데다 원자재 가격 부담도 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3위 대우건설은 연결 기준 매출 2조4873억원, 영업이익이 114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35.0% 줄었다. 5위 GS건설은 영업이익이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1590억원)보다 55.3%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도 영업이익이 34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3.8%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38.3% 감소했다. 실적 발표 앞둔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우려가 여전하고 원자잿값, 공사비 상승 등 불안 요소로 인해 국내 사업은 실적이 크게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은 리스크 관리 위주로 하고, 해외 또는 신사업, 토목·플랜트 공사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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