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건설사가 신규 분양 단지를 차별화하기 위해 ‘주차장 전쟁’을 치르고 있다. 커뮤니티와 실내 마감 차별화를 넘어 지하 주차장 고급화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분양 단지는 넓은 주차 면적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설비와 고급화 설계 등을 강조한다. 정부도 오래된 주차장 관련 기준을 손보기로 하면서 향후 분양 단지 간 주차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동주택 주차 여건 개선방안 연구’ 사전규격을 공고했다. 주차 면적을 둘러싼 입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최소 주차 면적 기준 등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주택 주차장 설치 기준(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가구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구당 전용면적이 60㎡ 이하면 0.7대로 기준이 더 낮아진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 1996년에 마련돼 가구당 자동차를 2대 이상 보유한 거주민이 많은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부평구의 한 재개발 아파트는 5050가구 대단지임에도 주차 면적 비율이 가구당 1.12대에 그쳐 재개발 조합과 입주민이 갈등을 빚고 있다.

건설사는 일찌감치 신규 분양 단지의 주차 대수를 가구당 1.5대 이상으로 확보하고 있다. 규정대로 주차 면적을 가구당 1대 수준으로 조성해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건설이 경남 김해에 공급하는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가구당 1.51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 주변 단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는 1.69대, 우미건설의 ‘이천 중리 우미린 어반퍼스트’도 1.61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각종 고급화 설계가 적용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 준공하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를 시작으로 단지 내 전기차 주차를 위한 스마트 솔루션을 도입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지하 주차장까지 햇볕을 들여 정원으로 꾸미는 ‘바이오필릭 주차장’ 설계를 신규 단지에 적용했다. 삼성물산도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하 주차장 스마트 자동 환기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