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주 16년이 지난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단지 내 주민 편의시설만 새로 짓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집이 낡아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억원을 들여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골프 연습장, 헬스장 등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입주민 편의시설이 아파트값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면서 준공 20년 안팎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이 단지는 최근 커뮤니티 시설 리모델링에 입주자 3분의 2가 넘는 67.2%가 동의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그동안 요가·미술수업 등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던 2층 목조 건물을 지하로 증축해 헬스장과 골프 연습장, 도서관, 카페 등을 만들 계획”이라며 “대다수 주민이 원하는 방향이고, 앞으로 아파트 시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예상 비용은 약 45억원으로 주민 관리비에서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총 5563가구 규모의 리센츠는 옛 잠실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 2008년 입주했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단지이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서는 커뮤니티 시설이 거의 없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재건축 때 동(棟) 배치나 가구 평면에 신경을 집중하고, 주민용 시설은 다소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연한(30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2000년대 초중반 입주 대단지 아파트에서 커뮤니티 시설을 새로 확충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2009년 입주·2444가구) 역시 커뮤니티 시설 리모델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같은 지역에서도 커뮤니티 시설을 잘 갖춘 곳은 매매가가 훨씬 높다”며 “가구 수가 많아 장기수선충당금에 여유가 있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고급 커뮤니티 시설 설치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