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신축 도중 신통기획 지정… "현금청산행"

정영희 기자 2024. 5. 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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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산정기준일 논란… 서울시 "사례별 방안 검토하겠다"
최근 일부 건축주들 사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의 권리산정기준일을 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가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 지정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일부 건축주들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지로 지정되기 전으로 정해진 권리산정기준일 때문에 신축 또는 건축 중인 건물의 분양이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조합원 권리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빠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신통기획 권리산정기준일을 둘러싸고 내홍이 벌어지는 조합이 늘고 있다. 권리산정기간 내 준공됐거나 착공에 들어간 일부 건물이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 개발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돼서다.

권리산정기준일은 정비구역지정고시일 또는 시·도지사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 후 정비구역지정고시 전에 따로 정하는 날의 다음날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는 척도다. 무분별한 투기와 소유권·토지등소유자의 수를 확대해 조합원 입주권을 늘리려는 이른바 '지분쪼개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는 2021년 '6대 재개발 규제완화방안'을 발표, 구역 지정을 위한 후보지 공모일을 주택 분양권리가 결정되는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했다. 이후 1~3차에 거쳐 신통기획 사업 대상지 후보지를 선정한 바 있다.

2021년 12월 28일 21개 구역이 발표된 1차 후보지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공모일)은 같은 9월23일이며, 21개 구역 이외 미선정 구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은 2022년 1월 28일이다. 지난 2022년 12월 30일 25개 구역이 발표된 2차 후보지의 권리산정기준일은 2021년 12월 28일로 정해졌다.

문제는 신통기획 후보지 지정 이전에 권리산정기준일이 부여된 탓에 이미 건물을 짓고 있거나 아직 착공은 안 했지만 승인만 받은 상태인 건축주들 사이 현금청산 대상자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노후 단독주택 등을 헐고 단지형연립 또는 단지형 다세대 등 소규모 주택을 새로 짓는 경우가 잦은 도심지에서 이러한 갈등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한 건축주는 준공한 건물이 공사를 마치자마자 권리산정기준일에 걸려 현금청산 대상으로 분류됐다. 언제 철거가 될지 모르니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는 물론 임차인을 구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건축주들은 입을 모아 "무리한 권리산정기준일 고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공모 지역을 특정할 수 없음에도 공모 시기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권리산정기준일을 지정해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거면 신통기획 공모·공고 전 건축허가 제한을 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통기획이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현금청산 시까지 최소 4~5년 간 사업자금이 동결된다. 이미 사용한 사업자금에 대한 감정가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통기획 신청 후 탈락된 지역에 대해서도 권리산정기준일(2022년 1월28일)을 유지함에 따라 소규모 주택 공급 대상지 자체가 축소됐다. 1차 신청 시 신청서를 제출한 102개소 중 21개소가, 2차 때는 75개소 중 25개소가 각각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 170개소 이상이 소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지역으로 묶였다.

이들은 서울시에 권리산정기준일 관련 규정을 고쳐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 당시 이미 사용승인된 경우와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신고를 완료해 신축 주택을 시공 중인 경우에도 분양권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인 모아타운은 권리산정기준을 소유권등기일을 기준으로 하되, 건축허가 받아 착공된 사업장은 조합설립 전 소유권 이전하면 분양권을 인정하고 있다.

시는 구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규제 개정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기 여부에 따라 사례가 다르기 때문에 사례별로 분석하고 있다"며 "일률적인 방식보다는 사례별 구제 방안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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