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리면 '분담금 폭탄' 안 올리면 '공사 적자'
[편집자주]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이 부동산 침체로 딜레마에 빠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높은 공사 이윤으로 수익성을 보장 받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의 여파로 수주에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사비가 상승하면 일반분양가나 조합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사업을 지속하는 게 이득인지 조합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 '미운 오리새끼' 된 정비사업… 공사비 폭등에 수난시대
② 공사비 올리면 '분담금 폭탄' 안 올리면 '공사 적자'
③ "재개발·재건축 수익 늘리려고 공공임대 축소 안돼"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시공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 폭탄과 일반분양가 폭등을 피할 수 없다.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이 대표 사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올 초 조합에 당초 2조6000억원이던 공사비를 4조원으로 증액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사비는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4년 만에 5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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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의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시기에 콧대 높던 조합들이 이제는 시공사를 모셔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시공사들은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불법 홍보를 불사하고 조합이 제시한 조건 이상의 사업 계획을 내세워 출혈 경쟁을 벌였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조합은 협상 우위에 있다 보니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갑'이 될 수밖에 없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됐다.
경쟁업체 비방과 소송전이 난무하던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건설업체들이 정비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수주 의지를 드러내다가 정작 본 입찰에서 발을 빼는 일도 빈번하다. 수익성을 고려해 선별 수주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용산 등 한강을 낀 핵심 입지의 사업지마저 유찰이 발생해 움츠러든 시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적정 공사비가 제시되는 경우 수주 경쟁은 여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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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 건축물의 착공면적은 최근 14년(2010~2023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을 보였다. 전년(3468만㎡) 대비 27.4% 감소한 2517만㎡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동안 연도별 착공 면적과 전년 대비 증감률을 보면 2010~2016년 ▲2442만㎡(9.7%↑) ▲3764만㎡(54.1%↑) ▲3921만㎡(4.2%↑) ▲4157만㎡(6.0%↑) ▲4597만㎡(10.6%↑) ▲6617만㎡(44.0%↑) ▲6205만㎡(6.0%↓)로 조사됐다.
2017~2023년은 ▲4868만㎡(21.6%↓) ▲3893만㎡(20.0%↓) ▲3336만㎡(14.3%↓) ▲4026만㎡(20.7%↑) ▲4678만㎡(16.2%↑) ▲3468만㎡(25.9%↓) ▲2517만㎡(27.4%↓)로 집계됐다.
건산연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주택 수요가 부진해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분양도 저조했다"고 감소 요인을 짚었다.
2004년 종 세분화 이전 주거지역 용적률 체계로 건축해 사업성이 낮은 곳에 대해 주변 여건을 고려한 현황용적률을 인정하고 법적 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추가용적률도 부여한다.
공공기여 부담도 낮춘다.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의무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고 공공주택 등 건축물 기부채납 시 인센티브를 기존보다 더 많이 주기로 하는 등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도 시공사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한다. 정부 규제 완화가 시공사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비가 뛰면 분양가에 반영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여윳돈이 있는 사람만 청약에 나설 수 있어 청약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선별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반등 전환점은 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측면의 문제인데 정부의 규제 완화는 조합의 재건축 기대 요인으로 작용할 뿐 시공사 입장에서 와 닿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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