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내릴 기미 안 보여”…무순위·입주권 찾는 수요자들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2024. 5. 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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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3.3㎡당 4000만원 시대 목전…고분양가 단지도 재평가
입주권 수억원 웃돈…무순위 청약 ‘구름 인파’ 몰려

(시사저널=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서울 아파트 실수요자들이 신축 단지와 입주권, 무순위 청약 등에 몰리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기존 단지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입주 물량이 적다는 점도 신축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3월 3.3㎡당 3800만원을 돌파했다. 1년 전 3067만원보다 24% 오른 금액이다. 자재값과 인건비, 금융비 등 전반적인 건설 비용이 오른 영향이다. 사업자가 공사비 급등으로 낮아진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 분양가를 대폭 올린 것이다.

5월1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덕산로20 DMC 한강자이 더 헤리티지 아파트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건설 비용 상승에 분양가 고공행진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도 곧 열릴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인근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은 최근 공사비 변동에 따른 분양가 추정치를 공개했다. 3.3㎡ 공사비는 2020년 계약 당시 512만원이었지만 최근 784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원대에서 4250만원대로 42% 뛰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5억원에 육박한다.

조합이 공개한 분양가는 인근 신축 단지보다 최대 5억원가량 비싼 금액이다. 2022년 10월 입주한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는 전용 84㎡가 올해 들어 10억~13억원에 거래됐다.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2021년 12월 입주)에선 같은 평형대에서 지난달 13억300만원(7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홍제센트럴아이파크'(2020년 입주)도 전용 84㎡ 가격대가 10억∼11억원 선이다.

올해도 공사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은평구 정도를 제외하고 3.3㎡당 분양가 4000만원이 보편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은 기존 입주권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선 전용 84㎡ 입주권이 지난달 21억원(18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16억원대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상승해 올해 20억원을 넘겼다. 분양가가 12억~1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웃돈이 7억원가량 붙은 셈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2022년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고분양가 논란이 빚어지며 무더기 미분양 사태를 겪은 단지다. 일반공급 4786가구 가운데 899가구가 지난해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 바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입주권은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는 것으로 입주 시점에 억대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수억원 웃돈을 주고 사는 건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 매매가도 강세다.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2단지'(329가구) 전용 49㎡는 지난달 9억9000만원(25층)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3월 준공 당시 8억원대에 거래됐는데 1년 새 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마포구 마포더클래시(1419가구) 전용 59㎡ 역시 지난 3월 13억9500만원(12층)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1월 입주 당시 실거래가(12억5500만원·21층) 대비 1억4500만원 올랐다.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도 구름인파가 몰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는 4월22일 무순위 청약 전용 84㎡ A형 14가구 모집에 2만1429명이 접수해 153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세차익 기대감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전용 84㎡ A형 분양가는 12억~13억원 수준이다. 도보 5분 거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권과 비교하면 7억원가량 저렴하다. 단지 규모와 입지에서 차이가 있지만 시세차익이 5억~6억원가량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지난달 4차 무순위 청약 68가구 모집에 512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75.3대 1을 기록했다. 3차 무순위 청약에서 197가구 모집에 291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 5000명 넘게 몰리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12억~13억원대로 책정됐다. 인근 역세권 신축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반년이 지나도록 잔여 물량을 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재평가를 받는 모양새다.

입주 물량 역대 최저…신축 선점 나서기도

분양가 상승과 함께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 신축 단지 몸값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4139가구다. 2013년(2만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만2000여 가구 대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다. 입주 물량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주택 인허가 수치도 감소 추세다.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2만5567건이었다. 직전연도(4만2724건)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서울의 주요 주택 공급 통로인 정비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 곳곳에선 공사비 인상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치솟은 추가 분담금에 주민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사업 추진 동력도 크게 떨어졌다. 또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오랜 기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유일한 주택 공급 통로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신축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진 모양새다"며 "분양가 인상이 이제 시작이니만큼 신축은 물론 분양·입주권, 무순위 청약 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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