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전세 시대… 세입자 61%가 월세 산다

이태동 기자 2025. 4. 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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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전·월세 신규 거래 분석

올해 1~2월 전국에서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등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은 전세가 아닌 월세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전·월세 계약을 맺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기는 처음이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아파트보다는 빌라나 단독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율이 높았다. 올해 지방에서 체결된 비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약 83%가 월세였다. 지역이나 주택 형태를 가릴 것 없이 ‘전세의 월세화’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월세 인상 폭도 커지는 추세여서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쪽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우선 세입자들 사이에선 2021~2022년 집중적으로 불거진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주로 빌라 시장에서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목돈을 맡기는 전세보다 월세 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졌다. 집주인들은 올해 들어 금리가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아 굴리기보다 매달 월세 수입을 챙기기 위해 임대 물건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세입자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특히 지방에서 월세 선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집값 하락 폭이 큰 지방에선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임대인들이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 계약을 맺어 대출 원리금을 갚거나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월세 비율 처음으로 60% 넘어

1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반전세 포함) 비율은 61.4%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 41.7%에서 4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 6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아파트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단독주택 시장에서 월세 비율이 크게 늘었다. 1~2월 전국 비아파트 월세 비율은 76.3%로 2021년(46.7%)보다 29.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비율은 36%에서 44.2%로 높아졌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특히 빌라 시장에서 월세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젊은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빌라 월세를 선택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지방 월세화 가속

전세의 월세화 속도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훨씬 빠르다. 2021년 지방 주택 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41.6%였는데, 올해는 63.5%로 올랐다. 비아파트 시장 임대차 계약만 놓고 보면, 올해 서울 월세 비율은 76.1%였으나 지방은 82.9%에 달했다. 지방 빌라 세입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 월세 비율이 더 빠르게 높아지는 가장 주요한 이유로 ‘집값 하락’을 꼽는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지방 집값은 약세가 지속하는데 앞으로 오를 기대감도 크지 않은 탓에 새로 집을 사기보다는 전·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를 구하는 쪽에서도 낮은 예·적금 이자 때문에 월세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지방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높아져 ‘깡통 전세’로 인한 전세 사기 공포도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자 월세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월세 통합 가격 지수는 103.1로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8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도 매달 무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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