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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 [무능한 전세 정책] 오르는 값 못잡고 그저 대출, 대출.."어쩌라고"

[쿠키 경제]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이 올 상반기 잔액 기준 25조원(7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제2금융권을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은 치솟아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도 늘면서 자칫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신용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무능한 정부 경제팀의 실효성 없는 전세 대책으로 제2, 제3의 '전세푸어'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총 25조5000억원, 건수는 70만9497건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1년 전(20조8000억원·62만8624건)과 비교해 건수는 12.9%, 액수는 22.8% 급증했다.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건수는 금감원이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2011년 말부터 증가세를 이어왔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동향과 연관이 깊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더라도 집을 살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은 주택의 형태나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끝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지난달 0.3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은 0.64%였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86% 뛰었다. 반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3%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와 전세자금 대출 상승세는 서민들의 신용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택 감정가격이 낮아지면서 최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에 근접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경락률을 초과할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전세대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전세가율이 경락률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에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전세푸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능한 정책…버텨라, '대출로'

전세자금 대출 급증은 '대란(大亂)'으로 비유되는 전세 품귀 현상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기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매매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60∼70% 수준이 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다는 부동산 업계의 공식은 이미 옛말이 된 것이다.

문제는 매매가가 하락하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깡통전세' 급증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서민들의 '신용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치솟아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집이 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8일 "전셋값 폭등은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과 전세가율을 역전시켜 '전세푸어'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 부동산시장에서 전셋값은 매매가의 60∼70%를 임계점으로 형성되고 있었다. 경락률은 78∼80% 수준이었다. 1억원짜리 집의 전셋값은 6000만∼7000만원, 경매 시 낙찰가는 7800만∼8000만원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등 경락률을 뛰어넘는 상황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전농동에 있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인 전농SK아파트는 지난달 59㎡(전용면적)가 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같은 아파트의 전셋값은 2억500만원이었다. 전세가율이 무려 78.8%에 달한 것이다. 전셋값에 5500만원만 보태면 아파트를 보유할 수 있지만 인근 부동산들은 "매매가 극도로 부진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168㎡(전용면적)도 지난달 매매가는 20억2500만원, 전셋값은 15억원으로 전세가율이 74.1%였다.

심지어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역전현상 사례도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이어 최근에는 수도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휴먼시아 9단지 59㎡(전용면적) 아파트가 전셋값 2억원에 거래되면서 매매가인 1억9000만원을 추월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세입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을 믿지 못해 전세를 고집하고,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높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매매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매일같이 나온다.

비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가을 이사철에 수도권발 전세대란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년마다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서민 세입자들의 대출 액수가 급증, 서민 전세 세입자들이 이미 가계부채의 새로운 위험군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1년 말 18조2000억원, 지난해 말 23조4000억원, 지난 6월 말 25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이 계속 빚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어떤 집주인이 대신 대출을 받아주나?"

박근혜정부가 지난 4월 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치솟는 전셋값에 고통 받는 '전세푸어'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 구제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고 평가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국내 은행들이 개발 중인 '집 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이 보다 좋은 전세푸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작금의 부동산 현실 속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집 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 드는 전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전셋값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서민 세입자를 대신해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는 이 대출에 대한 이자만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집을 맡겨 대출을 일으킨 집주인을 위해서는 전세보증금 수입에 대한 과세를 면제해 준다. 소득세법을 개정해 대출이자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로 인정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할 방침이다.

이 상품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개발해 이달 중 시중은행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자 금융권에선 이달 중 상품 출시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주인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약하고, 부동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상품 개발도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를 구하려는 이들은 줄을 섰는데, 과연 집주인이 가난한 세입자를 위해 빚을 대신 지면서 세입자를 유치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집주인이 줄 선 세입자를 골라 입주시키는 상황"이라며 "대책에 맞춰 상품이야 출시되겠지만,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은 전셋값 문제가 혹여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일조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셋값과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경기 회복,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자연스러운 선순환이 돼야 해결될 수 있다"며 "이는 금융당국과 국토부, 세무당국까지 모두 뛰어들어 해결해야 할 난제"라고 평가했다.

전세난 현장 가보니…

8일 오전 서울 잠실동 A아파트 단지. 결혼을 앞둔 여성 B씨는 20평형 전세 물건이 나왔으니 보러 오라는 말에 황급히 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요즘 전세 구하기 어렵다는데 다행이네'라며 안도한 것은 잠시뿐. 집을 보러 가는 도중 부동산 사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금이 방금 입금됐으니 오지 않으셔도 된다'는 집주인의 전화였다.

전셋집 품귀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이날 서울의 부동산 업소 여러 곳을 취재한 결과 모든 업소에서 똑같이 '전세 물건이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서울 도화동의 한 부동산 업소 사장은 "전세 계약서를 언제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데도 전세 물건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최근에는 근처 업소 10여 곳이 각각 한 달에 계약서 한 장을 쓸까말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H공인중개사 대표는 인근 아파트 단지 5600가구에서 하루 종일 나오는 전세 물량이 평균 5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20평∼30평형대는 3건이고, 나머지 2건은 40평형대다. 전세 대기 수요는 현재 물건의 3∼4배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전세 물건은 당일 계약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세입자가 예전처럼 집을 고르다 보면 전셋집은 금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한 공인중개사는 "어렵게 나온 전셋집을 보고 갔다가 며칠 뒤 그 집이 남아있느냐고 전화하는 세입자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도 부동산 업소의 전화를 받지 못해 간발의 차이로 물건을 뺏기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업소끼리는 물건 공유가 원칙이지만 이를 어기고 몰래 물건을 빼돌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업소 사이에서는 '전셋집 하나 뜨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

전세금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도화동의 D부동산은 "계약이 될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 20평형대의 경우 전세금이 매매가의 80%에 육박한다. 나중에 주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리센츠아파트의 전용면적 84㎡도 전세금이 매매가의 70%를 넘었다.

근저당이 잡혀있는 경우도 과거와 달리 거래가 잘 이뤄지고 있다. 잠실의 한 부동산 업소는 "예전에는 근저당이 있는 집은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1억원 미만의 채무는 세입자들이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8월 첫 주 기준으로 서울 중소형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의 3.3㎡당 전세가가 827만원, 중대형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는 915만원으로 나타나 둘 사이의 가격차가 88만원으로 좁혀졌다고 밝혔다.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2006년 8월의 경우 둘의 차이가 154만원이었다.

이경원 권기석 기자 neosarim@kmib.co.kr,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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