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여의도 개발, 여의주 품을까] ④ 전문가 4인이 들여다본 마스터플랜
◆"개발보다 주거안정 더 중요한 시점"
- 서울시 마스터플랜을 어떻게 평가하나.
권대중 교수(이하 권):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은 현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과 배치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후 1년 동안 7번의 부동산 처방을 내놨지만 시장이 잡히지 않아 대출규제, 보유세 인상, 투기지역 추가지정 등 추가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여기다 이번 마스터플랜이 나오면서 부동산투기 조짐이 나타나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서울역-용산역 철도 지하화사업은 실현가능하고 장기 프로젝트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사전준비 없이 개발계획부터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간 내 착공도 어렵다. 개발자금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사업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정부와 협의할 경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철도부지는 코레일 즉, 국토교통부 산하 공사 소유고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서울시 마음대로 개발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박원갑 위원(이하 박):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필요한 사업이다. 다만 대규모 프로젝트는 시장안정과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 한쪽에서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한쪽에서는 부추기는 식의 서로 다른 정보를 시장에 전달했다. 당장은 시장안정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양지영 소장(이하 양):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집값이 조정돼가는 상황에서 서울시 마스터플랜은 다시 상승세를 촉발했다. 정부와 서울시에서 서로 다른 정책이 나오면서 엇박자를 냈다.
- 서울시 마스터플랜과 문재인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장단점은.
권: 대규모 개발사업은 보다 넓은 지역에 새로운 도시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적으로 바람직하다. 반면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를테면 노후주택 정비사업은 체계적인 도시 기반시설 설치가 어렵다. 또 리모델링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주민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를 보존하면서 주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 용산·여의도 부동산시장의 가치와 전망은 어떤가.
함영진 랩장(이하 함): 용산과 여의도는 이미 서울 강남과 함께 집값을 선도하는 대표지역이다. 용산은 뛰어난 교통망과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공원 조성, 한강 조망 등 교육여건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여의도는 한국정치의 중심지에다 방송과 금융산업의 메카다. 한강변 노후아파트 재건축 이슈도 관심이 높아 고급 주거지로 개발가치가 충분하다.
권: 서울시 마스터플랜이 아니라도 용산역 주변은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대형공원도 있으며 수도권급행철도(GTX) B노선, 지하철 1·4호선, 신분당선이 모이는 통합역세권이다. 서울역-용산역 지하화가 실제 추진된다면 가치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가장 수혜를 입는 지역은 한강을 낀 이촌동이다. 서울역과 용산역 주변인 원효로, 효창동, 용문동 등도 단절구간이 사라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계획이 보다 구체화되면 사업 단계별로 상승률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가치보다 최대 두배 이상 높아질 것이다.
권: 서울역-용산역 지하화는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개발계획부터 발표하고 나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다. 중장기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의도 개발 역시 주민들 의견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다면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지금 당장의 개발은 이르다. 만약 한다면 주민들에게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 정부는 개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투기나 가격상승을 막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개발은 한번 잘못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이런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함: 지방자치시대지만 용산과 여의도 둘 다 서울 중앙부의 부도심 역할을 하고 대형 개발이슈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정부와 서울시의 업무공조가 필요하다. 강남은 이미 영동대로 지하화, 코엑스 일대 마이스 개발,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 등 매머드급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강북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점은 수긍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개발 목적과 도시의 미래상, 발전방향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서울시장 임기 내에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보다 장기적인 도시발전과 해외사례 연구, 주민협의, 재원마련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
박: 개발은 필요하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여론을 더 수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 좋겠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협력하기로 한 만큼 사업이 다소 늦춰지지 않을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이므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양: 대규모 개발은 집값 상승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 많은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 단기간 내 개발이 아닌 다음 정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장기 마스터플랜 아래 진행해야 투기자본에 휘둘리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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