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 20억원 넘는 아파트를 가진 김모씨(40)는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다. 양가 부모의 지원으로 집값 절반을 대출받아 내집 마련에 성공했고 한사람 월급을 원리금으로 물고 있다. 여기에다 오르는 이자와 물가,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는 게 늘 힘겹다. 그는 내년부터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가 오른다는 뉴스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집값이 올라도 1주택자는 팔고 이사할 데가 없어요. 세금 아낀다고 직장과 아이들 학교 다 포기할 순 없는데 불공평한 세금이죠.”
정부는 이번 종부세 개편안을 통해 과세표준 6억원 이하의 1주택자를 제외하고는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과표 6억원은 시가로 치면 1주택자 23억원, 다주택자 19억원에 해당된다. 1주택자는 23억원, 다주택자는 19억원 상당의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종부세 인상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다주택자 투기 근절이 목적인 만큼 부동산 자산가가 아닌 실거주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용산 아파트에 살며 은퇴를 준비하는 정모씨(50)는 “비싸든 싸든 실수요자는 자기 능력에 맞는 집에 살 권리가 있고 이것을 투자로 볼 수도 있지만 투기는 아니다”며 “이들에게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세금이 적은 집으로 이사하는 게 아니라 세부담만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 1주택자는 오히려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은퇴세대와 실거주자를 배려해 ▲60~65세 10% ▲65~70세 20% ▲70세 이상 30% ▲5~10년 보유 20% ▲10년 이상 보유 40%를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공시가격 24억원의 1주택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159만원이지만 ‘60세에 10년 보유’로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면 111만3000원으로 줄어든다.
정부 역시 실거주자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 규제가 이번 종부세 개편 목적이라고 밝혔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종부세 개편방안 브리핑에서 “3주택자는 실거주 목적의 보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세 대상이 1만1000명 정도밖에 안돼 시장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상승 핵폭탄
최근 시세 39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07㎡의 올해 공시가격은 19억7600만원이다. 시세반영률은 50.6%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소유자가 1주택자일 경우 재산세 474만원, 종부세 510만원(농어촌특별세 제외)을 합해 984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시세반영률이 80%로 오르면 공시가격은 31억2000만원으로 높아져 재산세 748만원, 종부세 약 1900만원을 내야 한다.
종부세율 인상보다 더 큰 폭탄은 공시가격 상승이다. 공시가격은 종부세 과세기준이 되므로 간접적인 세금인상 요인이 된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시가보다 훨씬 낮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부가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이고 실제 집값도 뛰어 올해만 공시가격이 10.19% 상승했다. 내년에는 더 오를 수 있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해마다 1월1일 적정가격을 조사해 4월30일 공시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문가 자문과 의견 수렴을 거쳐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형평성 등을 강화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공시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1주택자 논란에서 또 하나 자유롭지 않은 것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다.
가령 10년 전 5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10억원으로 올라도 실거주자라면 직접적으로 얻은 이득이 없다. 집을 팔고 더 싼 집으로 이사하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집값이 오르면 같은 지역의 비슷한 집들도 대부분 올라 세부담만 늘어나는 꼴이다.
설령 집을 판다고 해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참여정부의 종부세가 국민적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인 부동산 재산세율이 1%다. 10억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으면 1000만원이 세금이다. 하지만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시세가 아닌 구입 당시 가격이라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아파트가격이 10억원이라도 10년 전 구입 당시 가격이 3억원이면 3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따라서 높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비싼 집을 사고 집값 폭등의 유인도 줄어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9호(2018년 7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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