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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8 부동산시장 '집값 짬짜미' 인터넷카페, 뿌리 뽑힐까

“2년 전 전세계약할 때 집값이 지금 전셋값이 됐어요. 그때 집을 살 걸 하는 후회보다 더 화나는 건 집주인들 담합이 장난 아니라는 거죠. 아파트단지 인터넷카페에 들어가보면 난리도 아니에요. 집값을 낮춰 거래시키는 부동산을 보이콧하자는 글도 있고요. 심지어 세입자들에게 글을 비공개하는 집주인도 많아요.”

서울 마포자이에 사는 전업주부 심은진씨(33)는 최근 인터넷 지역커뮤니티 카페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인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전세난민이 될 처지인데 인터넷카페에서 집주인들의 담합 정황을 본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개발로 앞으로 마포·용산 집값이 더 뛸지 모르니 절대 집값을 낮춰 팔아선 안된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서울 강남과 수도권 경기도 등 일부 집값은 하락하는 반면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마포·용산 등지는 거꾸로 집값이 오르면서 생긴 일이다.

심씨는 “2년 동안 전셋값이 2억원 올랐는데 일반 직장인에겐 평생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 아니냐”며 “집주인들의 집값 담합을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짬짜미 부동산거래의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정부가 일찍부터 단속해왔음에도 여전히 아파트단지뿐 아니라 부동산카페, 맘카페 등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의 감시가 허수아비 꼴이 된 셈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담합·비리 확산되는 사이버공간

음성적인 집값 담합의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중반 수도권 2기신도시가 건설되던 당시 아파트 부녀회,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서는 ‘단결하면 오르리라’는 구호를 내세운 집값 담합이 급속도로 퍼졌다.

1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 같은 담합이 이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담합행위 주체를 개인이 아닌 사업체로 규정하기 때문에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처벌하기가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담합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불법적인 요소는 있다. 2012년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는 ‘109㎡ 주택을 3억원 이하로 내놓지 말라’는 게시물이 붙어 논란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락하고 급매물이 늘자 부녀회가 연 2.5% 저금리로 급전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아파트매물을 거둬들였다.

이런 급전대출은 사실상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경우 대부업 신고를 해야 하므로 불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도 짬짜미 동참 왜?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집값 담합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집값을 낮춰 거래토록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집단항의하거나 집주인끼리 짜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공인중개사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낮은 가격으로 내놓은 매물을 집주인이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일도 늘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올 1분기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건수는 2만6375건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KISO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인중개사가 가격을 낮춰 매수자를 유인하는 미끼매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집값 담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에서 단체 불매운동은 영업활동에 타격이 커 집값 담합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집값 담합을 못이겨 송사로 번진 사태도 있었다. 올 2월 용산 이촌1동 49개 공인중개사사무소는 “호가를 최대한 올리라”고 압력을 행사한 주민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

◆아파트값 담합 ‘불법 적용’ 추진

집값 담합에 대한 정부의 제재 수위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은 내부고발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적인 반발이 많자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추진,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에게 집값 인상을 강요하는 경우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자정작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담합을 행사해도 과거처럼 실제 집값이나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하는 데다 SNS 발달로 누구나 쉽게 가격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단기간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공급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등 기관 설립, 주민발전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커뮤니티의 순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파트 품질향상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미래가치와 실제 집값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카페는 맛집이나 학원 정보를 공유하고 동호회를 구성하는 등의 활동도 활발해 자발적인 의사소통을 통한 아파트 운영비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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