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도권 지하철은 잦은 고장과 혼잡으로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우후죽순 지하철 개발과 아파트 건설은 부동산 가격을 이상폭등시켰다. 그럼에도 수도권 지하철 개발은 멈추지 않을 태세다. 이달 개통한 9호선 연장사업에 이어 4호선 진접, 5호선 하남·김포, 7호선 양주·청라, 8호선 별내·판교, 위례신사선 등을 연장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꼭 필요하지만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하철. 해법은 없을까. <편집자주>

[늘어나는 지하철-상] 서울 노선, 어디어디 바뀌나

#. 지하철 9호선 연장개통 후 첫 출근일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최고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은 이전과 비교해 더 혼잡한 수준은 아니었다. 평소 붐비던 노량진-고속터미널 구간은 여전했다. 대기하던 승객을 다 태우지 못했고 가까스로 차에 올라도 몸이 서로 눌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9호선은 기존 종점이던 종합운동장역에서 삼전·석촌고분·석촌·송파나루·한성백제·올림픽공원·둔촌오륜·중앙보훈병원 8개역을 추가연결해 운행한다.

중앙보훈병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예전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느라 힘들었는데 지하철 한번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져 힘도 덜 들고 시간도 20~25분 줄었다”고 말했다.

시민의 발이자 부동산가치를 결정짓는 ‘서울 지하철’. 과거 서울 중심을 연결하던 지하철이 요즘은 서울과 경기도 곳곳의 땅을 잇는 범수도권의 축이 됐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1~9호선을 비롯, 경의중앙선·분당선·신분당선·경강선·에버라인선·경춘선·의정부선·우이신설선·공항철도선·수인선·서해선 등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노선과 연결된다.

분당·일산 등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1기신도시를 잇는 지하철뿐 아니라 경기도 양평이나 파주, 심지어 강원도 춘천까지도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공공기관 이전정책으로 지방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수요가 늘면서 강원도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수도권 분양’이라고 광고할 정도다.

위례신사선은 제5의 강남으로 떠오른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신사동을 잇는 11개 구간 연장사업이다. 2008년 위례신도시 교통대책에 포함됐으나 최근 10년 만에 겨우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통과했다.

그러나 지하철사업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수조원이 드는 사업특성상 여러 기관의 검증을 받고 참여하는 사업자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도 착공·준공 시기가 연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연장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하는 서울 지하철 대부분이 난항을 겪는다.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2호선 연장사업은 서울시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 중이다. 홍대입구역과 청라국제도시 32.78㎞를 잇는 노선이다. 2호선 까치산역과 5호선 화곡역 구간도 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4호선 북부 연장선은 당초 내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선정 문제 때문에 2021년으로 연기됐다. 이 연장선은 당고개역을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역과 진접읍을 연결한다. 연장에 성공하면 당고개역에서 진접읍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14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5호선 연장은 동쪽 하남선 공사를 이미 시작한 반면 서쪽 김포선은 사업진행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하남선은 2015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개통시기는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6월로 연기됐다. 현재 5호선 종점인 상일동역에서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김포선사업이 지연된 이유는 현재 종점인 방화역 차량기지와 인근 건설폐기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건설폐기장 이전 반대로 사업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7호선은 남북 양쪽 다 연장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순탄치 않다. 부평구청역에서 인천 2호선 석남역까지 2개 정거장을 신설하는 공사가 진행됐지만 시공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개통시기가 올해에서 2020년 10월로 연기됐다.

청라 연장의 경우 석남역에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연장해 6개역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개통시기가 당초 2026년에서 1년 미뤄졌다. 북쪽으로는 2024년 준공 목표인 양주 연장사업이 설계용역 입찰 등을 진행 중이다.

지하철 연장사업이 활발한 이유는 폭발적인 서울 출퇴근수요 때문이다. 서울의 지식정보산업 발달로 직업수요는 늘어난 데 반해 주거수요는 집값상승을 견디지 못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결과다.

서울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집값은 지난달 말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평균 7억1183만원을 기록했다. 중간 40~60% 범위의 평균이다. 이들 가구의 연간소득 대비 서울 평균 집값은 올 3분기 기준 13.4배다.

도시 중산층가구가 돈을 한푼도 안쓰고 평균 수준의 집을 사려면 13.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물론 돈을 한푼도 안쓰고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실제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추산조차 어렵다.

또 올 1~10월 통계청이 조사한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이동을 보면 서울은 8만9200명 순유출, 경기도는 14만2600명 순유입을 기록했다. 서울은 2010년 이후 인구유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경기도 순유입인구는 2003년 이래 최대치다.

경기도 인구가 늘어날수록 신도시화가 빨라지고 대중교통 수요도 급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하철사업이 최소 수년 이상 걸리는 장기프로젝트인 데다 어렵게 사업에 성공해도 투자 대비 수익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일부지역의 경우 기대보다 지하철 수요가 적어서 발생하는데 대다수 지자체나 정치권은 이런 수요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교통편의 향상은 물론 지하철 개통은 곧 부동산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건설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표가 아쉬운 정치권에서 민원해결성 공약으로 지하철역 신설을 내걸기 때문에 수도권 지하철이 무한증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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