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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8.25 대책 [핫이슈 분석] '월세 시대'의 역설..주택담보대출이 계속해서 느는 사연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유지태 분)은 오대수(최민식 분)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왜...'" (영화 올드보이 중)

1257조3000억원. 6월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다. 정부는 공급을 조절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움직였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단이 틀려 잘못된 대책이 나온 것은 아닐까. 과연 가계부채 급증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걸까.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지난달 주택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을 줄여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집값 부양 정책"이라며 거꾸로 움직였다.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다시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정책의 시행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탄 부동산 시장은 계속 끓어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3% 올라 지난주(0.1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폭으로는 작년 11월 23일(0.14%)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정부 대책이 효과를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계부채 급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주택 공급 조절' 외에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로 '월세 시대'의 개막이다. 한국인들의 임대 주거 패턴이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면서 금융 조달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고, 이때문에 가계부채가 덩달아 같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월세로의 전환 시대'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이전과는 다른 금융 조달 양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 풍선효과가 바로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발표한 한국 보고서(2016 ARTICLE IV)에서 "전셋값 급등은 한국의 가계부채를 빠르게 증대시키는 요인"이라면서 한국의 독특한 임대시장을 가계부채를 급증시키는 핵심 위험 요소로 꼽았다.

◆ 임대주택의 55%가 월세…임대인·임차인 모두 가계 빚 늘리는 구조 형성돼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은 전·월세 역전 현상과 임대시장 구조 변화라는 두 가지 요인의 복합작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을 저금리 기조와 관련 금융규제가 완화된 탓이라고 설명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은 무엇보다 주택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주택이 누구에 의해 어떤 형태로 공급되는 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움직임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가구(1877만 가구) 중 임차거주율은 46.4%다. 열 가구 중 네 가구 이상은 자가가 아닌 전·월세 등의 임대를 통해 거주를 하고 있는 얘기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전세 비중은 줄고 월세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전·월세가구 중 월세 비중은 55%였다. 2012년 50.5%보다 4.5%포인트 늘어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가장 높았다. 서울 등 수도권의 월세 가구 비중도 44.1%에서 46.1%로 2.0%포인트 늘어났다. '전·월세'가 아니라 '월·전세' 시대가 열린 셈이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전세금 폭등 때문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매맷값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은 2009년 52%에서 2015년 11월 74%까지 치솟았다.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향후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니 매매 수요는 줄고 전세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임대 보증금은 530조원으로 불어났다.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도 전세금 상승을 부추겼다. 초저금리(현재 기준금리 1.25%) 기조 속 '월세만한 거위알이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임대시장을 개인이 이끌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임대주택(총 901만호) 중 개인임대는 81.0%(730만호)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임대(11.4%·103만호)와 기업임대(7.6%·68만호)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월세로의 급격한 전환은 가계대출을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서 늘렸다.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세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년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뛰는 전세금에 세입자의 빚은 자연스럽게 늘어만 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잔액은 44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6월보다 18.8%(7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3조8000억원이 늘었다. 전세자금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전세금 급등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전국 평균 전세금은 지난해 8월 말보다 14.5% 올랐다.

전세 시대의 몰락은 특히 집주인들의 가계부채를 크게 늘렸다. 과거 전세가 대세인 시절 집주인들의 임대주택 매입은 임차인이 제공하는 전세보증금과 자신의 자본 혹은 약간의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 가령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5억원의 집을 구매할 때 대략 3억원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자기 자본과 대출은 집값 전체의 절반 이하만을 차지했다. IMF는 "전세 보증금은 개인 간 거래라 정부의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하지만 전셋값 상승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세 시대가 열리면서 집주인들은 더 이상 임대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 할 때 전세 보증금에 크게 기댈 수 없게 됐다. 월세 보증금은 전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에 집주인들은 주택담보대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초저금리 시대다. 건국 이래 지금보다 대출금리가 낮은 적은 없었다. 대출금리는 낮고 월세 수요는 충분하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분명 부동산에 쏠려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총 19조원으로 전체 가계 빚 증가액의 56.5%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한은은 "개인의 임대사업을 위한 차입은 가계부채의 총량 증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이들 임대가계의 레버리지 투자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세로의 전환 속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도 있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사적 주택금융이라는 전세 제도가 제도권 금융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며 "여기서 나타내는 부채 증가를 꼭 위험한 것이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임 실장은 "원래 없던 부채가 새롭게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사적 채무관계가 금융회사의 중개기능을 통해 제도권으로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전세보증금의 경우 전세가격 하락 또는 임대인의 디폴트 관련 위험이 사금융 시장에 잠재되어 있는 반면, 월세시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등을 통해 제도권에서 관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기업임대 비중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면 가계부채 최대 50조 감소"

한국은행은 한국의 공공·기업 임대주택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가계부채도 이에 상응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 주택 임대차시장 현황과 가계부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임대주택 중 개인이 공급하는 비중은 2014년 말 기준 81.0%다. 미국(56.3%), 독일(64.1%), 일본(66.5%), 영국(53.1%)에 비해 상당히 높다. 반면 기업임대 비중은 7.6%로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미국(41.1%)과는 6배 가까이 차이났다. 영국(27.4%), 독일(23.9%), 일본(18.3%)과도 격차가 컸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11.4%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장기임대주택 공급 측면은 미흡한 수준이다. 전체 임대주택 중 10년 이상 중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2014년 기준 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를 하회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공공·기업임대 비중(19.0%)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40%)으로 현재보다 20%포인트 높을 경우를 상정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현 수준보다 적게는 30조원, 많게는 50조원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대가구 중 순수 임대 목적 성격이 강한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다주택 보유)의 금융부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추산한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2012년 111조2000억원에서 2015년 143조4000억원으로 29.0% 늘었다.

이들 임대가구의 금융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보면 다주택을 보유한 자가임대·자가거주 가구(73.5%, 105조5000억원)의 경우가 자가임대·임차거주가구(55.2%, 32조1000억원)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는 이들 가구가 임대주택 매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더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임대수익을 위한 가계의 부동산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이들 임대가구의 차입 증가로 인해 가계부채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공 및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등을 통해 개별 가계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주택 임대차시장의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주택 임대차시장의 구조 개선은 실물자산 위주인 현재의 가계자산 구성 다양화 유도는 물론 주거 안정성 제고, 가계부채 총량 증가 억제 등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도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근원적으로 억제하려면 금융규제 강화보다는 공공·기업 임대주택 활성화를 통해 임대주택 시장에서 개인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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