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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속도 내니 이사가야 할까 '불안'
"제가 갖고 있는 돈으론 주변에 마땅히 갈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제발 이주 시기가 늦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만난 이용환(가명·51)씨는 대뜸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놨다. 고덕주공2단지 세입자인 그는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게 영 반갑지 않다. 이 단지로 이사온 지 6개월도 채 안 됐는데, 곧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 몰라서다.
 
사연은 이랬다. 이씨는 올 초 고덕주공2단지 전용면적 48㎡형(약 15평) 전세를 7000만원에 얻었다. 인근 암사동 빌라 반지하 방에 살다가 전셋값 상승 부담에 다소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한 것이다.
 
비록 주공2단지가 연내 이주를 목표로 재건축 사업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를 앞두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지난 12일 관리처분 총회를 여는 등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연내 이주 목표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씨는 "이주기간 6~7개월을 감안할 경우 내년 상반기 안에는 집을 비워야 한다"며 "전세금 7000만원 갖고는 주변에서 괜찮은 전셋집을 못 구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사업진행 소식을 체크하고 있다. '혹시나 상황이 바뀌진 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
 
주변서 전셋집 구하기 어려워…서울 떠나야
 
이는 비단 이씨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주를 앞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듯싶다. 강남권에선 고덕주공2단지를 비롯해 개포동 주공3단지, 잠원동 한양 등 총 7개 단지가 연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보통 재건축 추진 단지는 건물 노후화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전셋값이 주변 시세에 비해 싼 편이다. 사업 단계가 후반으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특징이 있다. 전용 50㎡ 기준으로 1억원 안팎이다. 이 때문에 '싼 맛'에 이사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주에 들어간 이후 세입자들이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집주인은 이주비를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는 전세보증금만 빼들고 나가야 한다. 대출을 끼지 않는 한 1~2년 전 전세금으로 집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강남4구 중 시세가 가장 낮은 강동구만 하더라도 전용 59㎡형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2억원대다.

강남·서초구의 경우에는 최소 3억원 이상 있어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그나마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저렴한 편이지만, 강남권에서 1억원 정도로 전셋집을 얻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입자가 전세금 1억원 정도로 집을 구하려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세물건 부족 현상 탓에 여의치 않다. 만약 학군 등 문제로 해당 지역을 고집한다면 주택 규모를 줄여 빌라나 다가구 급매물을 노리는 게 대안일 것이다.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부지런히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외부 호재까지 겹치면서 재건축 단지의 매매 호가(부르는 값)도 오르는 분위기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반대의 셈법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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