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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공식 깨진 주택시장 파악 중요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 런던은 독일군으로부터 숱한 폭격을 받았다. 런던 시민들은 폭격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폭격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독일군이 투하하는 폭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패턴을 읽어내면 폭격 안전지대를 찾아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난히 런던 동쪽에 폭격이 집중되니 그쪽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렇지만 전쟁이 끝난 뒤 폭격을 받은 면적을 쪼개 분석해보니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폭격 지점이 랜덤(무작위)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독일군의 폭격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서 생긴 일인 지 도 모른다.

어쨌든 이 해프닝은 일련의 사건에서 어떻게 해서든 패턴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패턴을 추종하는 인간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연속되는 사건에서 패턴을 찾아내려는 습성이 있다. 사건에서 규칙성이라는 그럴 듯한 연쇄 고리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현상을 조리 있게 해석하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가령 우리는 첫번째와 두번째에서 네모 도형이 나타나면 그 다음에는 어떤 모형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게 될까(, , ?). 우리 뇌는 다음에는 임의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네모 모형()을 연상한다. 아직 일정한 패턴이 되기에는 적은 케이스인데도 불구하고 패턴으로 단정을 지으려고 하는 편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패턴을 추종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포르마페텐스(Homo formapetens : 패턴형 인간)라는 말이 나왔을까.

사람들은 세상이 불규칙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질서에 의해 움직이길 바란다. 그것이 불확실성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질서 정연하기보다는 우연과 불규칙성이 뒤섞여 나타날 때가 더 많다. 가령 집안에 망아지의 고삐를 풀어놓았다고 하자. 망아지가 한두 번 부엌으로 먼저 갔다고 해서 다음번에 부엌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뒷마당이나 창고 쪽으로 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번 일어난 사건이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도 인간은 패턴을 집착한다. 이는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에 따라 움직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컨대 주식의 기술적 분석은 과거의 패턴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주가는 비연속적이면서 비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주식 기술적 분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가격과 거래량을 토대로 만든 벌집 순환 모형이나 거미집 이론이 있다.

이런 분석의 툴은 과거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나 미래 예측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부동산시장 환경에서는 설사 패턴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가용기간은 잠시일 뿐이다

무너진 집테크 공식들
 
부동산시장에서 나도는 '부동산 투자공식'은 과거의 패턴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한다. 하지만 시장이 변하면 투자 공식도 통하지 않는다. 투자공식을 맹신했다가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재개발 투자 정보에 밝았던 백순길(가명·54)씨는 요즘 멘붕상태다. 큰 개발 수익을 노리고 서울 강북권 초기 재개발구역 3곳에 소액 투자를 했지만 모두 사업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재개발 투자의 공식은 투자자라면 사업추진 초기 구역을 사고, 실수요자들은 준공 시점의 구역을 사라는 것이다. 이는 재개발 투자 붐이 일었던 199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까지 10년 이상 투자의 룰(rule)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룰은 무참히 깨졌다.

백씨가 투자했던 재개발 초기 사업장은 알박기에다 조합원간 분쟁으로 수익은커녕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사업진척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재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되었다. 백씨는 재개발 투자 공식에 따라 했다가 낭패를 당한 꼴이라며 초기 재개발구역에 잘못 투자를 하면 자금이 영원히 잠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 차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짭짤한 돈을 벌었던 자영업자 이승수(가명·50)씨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체계적으로 개발된 택지지구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도 어지간해선 손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최근에 투자한 미분양 아파트에는 남은 게 거의 없다. 일부 수도권 외곽 택지지구의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가에서 1000~2000만원 낮게 손절매하고 말았다. 이씨는 택지지구에서 미분양아파트를 사놓으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분양 불패 신화는 대세 상승기에나 통하는 법칙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속설 역시 한동안 집테크공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로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2~3년 마다 더 좋은 지역이나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재산을 불린다는 재테크 방식이었다. 이 투자 공식은 1970년대 이후 거의 40년간 통하는 룰이었다. 더 넓고 비싼 집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다.

알뜰살뜰 돈을 모으고 집을 늘려 중산층이 많이 탄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자되는 투자공식은 모든 시기, 모든 조건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가격이 부풀려진 시점에 뒤늦게 아파트 평수 넓히기에 나섰던 사람들은 중대형이 급락하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또 과거 ‘60% 이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60%를 넘어서면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경험이었다. 그런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났던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소비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집값은 계속 오르니까 조금만 더 보태면 나도 상승열차에 탈 수 있겠구나.” 소비자들은 주로 전세에서 매매로 옮겨 타기를 시세차익 차원에서 접근했다. 60%룰에 따라 집을 샀던 사람들은 짭짤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60%룰은 잘 통하지 않는다. 세입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데다 전셋값 급등으로 이미 빚을 낸 상황이라 또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전세가 비율이 70~90%에 이른 지역에서는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는 모습이 일부 포착된다. 60%룰은 무너졌지만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집단적이기보다는 산발적인 움직임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상관관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파워풀하지 않다
. , 전세 보증금은 내집 마련 기차로 갈아타는 환승역 역할을 하지만 과거처럼 그 환승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결국 일련의 사례는 어떤 환경에서도 두루 적용되는 일반화된 성공 패턴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이 급격히 바뀌면 사회·경제적으로 회자되던 성공 방정식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 패턴과 규칙성에 대한 어설픈 집착은 사막의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열린 자세가 훨씬 낫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할 뿐더러 우리가 개척해야할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약간의 비슷한 흐름만 있으면 규칙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자칫 판단의 족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인위적인 규칙성 부여는 오히려 더 큰 판단 착오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은 랜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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