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2순위에서도 미달되는 단지가 나온 것.
3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24일 1~2순위 청약을 받은 운정 롯데캐슬 파크타운 2차는 총 6개 타입 중 2개 타입의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전용 84㎡B타입은 19가구, 91㎡형은 95가구 각각 미달됐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1146가구 모집에 청약통장을 사용한 1순위 청약자가 422명에 그쳤다"며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는 김포 한강신도시와 함께 주택시장에서 '미운 오리'로 통하던 지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분양이 잇따라 실패해 미분양이 쏟아졌다.
그러다 올해 4월 롯데캐슬 파크타운 1차가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단지는 2009년 한빛마을 5단지 캐슬&칸타빌 이후 5년 만에 순위 내 마감됐다. 미분양도 감소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주시 미분양 물량은 지난 7월 283가구로 2년 전(2610가구)의 9분의 1로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업계에선 신규 분양 단지도 순위 내 마감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분양 예정 단지도 '긴장'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공급 과잉을 첫 번째로 꼽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에는 매수세가 잘 붙지 않고 가격도 제자리걸음이다. 동패동 D공인 관계자는 "한울마을 7단지 삼부르네상스 전용 120㎡형 매매가격은 4억원 정도로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다"고 전했다.
주변에 백화점 같은 상업시설이 충분치 않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도 영향을 끼쳤다. 운정 롯데캐슬 파크타운 2차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 정도로, 84㎡A타입이 3억3300만~3억7400만원이다. 파주시 야당동 O공인 관계자는 "올해 4월 분양된 1차보다 3.3㎡당 800만원가량 비싸다"고 전했다.
연내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경의선 개통, 산업단지(LG디스플레이단지 등) 개발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 일대 분양시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택 수요자들은 여전히 운정신도시 주택시장을 낙관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마케팅 등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대우건설이 A25블록에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1956가구를 내놓는다. 모두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전용 74~84㎡)이다. 현대건설은 12월 A24블록에서 힐스테이트 대단지(2998가구)를 선보인다. 화성산업도 연내 105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분양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역세권 여부,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실수요 목적으로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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