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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있고 임대수익 나게 주문
최근 2~3년 서울 강남권의 재개발 열풍이 밀어닥치던 송파구 가락동 일대. 지하철 5호선 개롱역 인근 동네의 터줏대감같던 2층짜리 붉은 벽돌집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 자리에 5~6층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어느덧 원룸촌으로 바뀐 동네에 최근 별난 건물 하나가 솟아 올랐다.

은회색 강판이 콘크리트 건물을 한번 감싼데다가 선박의 창문처럼 둥그런 창문이 강판 곳곳에 나있다. 그 비정형적인 모양새가 네모 반듯한 건물들 사이에서 한눈에 튄다.

지난해 7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2월 입주한 집주인을 붙잡고 동네 사람들은 물었다. “갤러리에요? 구경해도 되나요?”

집주인인 박평희(45)·이지숙(40) 부부는 결혼하고 13년 동안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했고 또 이사하러 시세를 알아보던 2014년께 가락동 일대 아파트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사에서 일하는 남편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큰 돈을 깔고 사느니 땅값 상승률을 감안해 차라리 집을 짓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화가가 꿈이어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초등학생 두 아들이 색다른 공간에서 자라며 상상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집과 상가·사무실이 함께 있는 미니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임대 수익을 통해 노후대책을 마련하자는 계획도 짰다. 대지면적 200.30㎡(약 61평)의 붉은 벽돌집을 이전 집주인과 수개월간의 ‘밀당’ 끝에 지난해 초 매입했다.

▲ 서울 가락동 주택가에 우주선처럼 솟은 ‘다락집’. 건축가 김찬중이 디자인했다. [사진 김용관 작가]


개성 더한 미니 주상복합 가격 올라

부부는 ‘디자인 재테크’를 하자고 결심했다.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남편이 앞장서서 밀어붙였다. “비용이 더 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남과 똑같은 집을 짓지 말자. 잘 디자인하면 건물의 희소가치가 더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청담동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경남 양산 미래디자인융합센터 등을 디자인해 한국의 대표 건축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찬중(더 시스템 랩 대표)씨를 찾아가 설계를 부탁했다.

건축가에게 박씨 가족은 유별난 가족이었다. 사무실 첫 방문 때부터 네 가족이 총출동했다. 건축가의 작품과 인터뷰 기사 등을 낱낱이 공부해 와서 “그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라고 말해 건축가를 놀래켰다.

건축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인 가족의 요구사항은 잘 정리돼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이 있고, 노후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게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나머지 외관 디자인 등은 건축가에게 전권을 맡겼다.

방마다 다락이 있어 공사현장에서 ‘다락집’으로 불리던 집의 1층은 카페가 됐다. 영양사로 일했지만 결혼 후 출산 및 육아로 ‘경력단절여성(경단녀)’가 됐던 아내는 카페 주인이자 바리스타로 제 2의 직업을 찾았다.

2층은 사무실, 3층은 원룸 세 개로 임대를 주기로 했고, 4~6층은 가족의 집으로 계획했다. 1~3층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땅값의 일부와 건축비(7억여원)로 빌린 은행 대출금 이자를 갚고 있다.

남편은 “지금은 융자 문제로 수익이 안 나고 있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잘한 선택 같다”며 “퇴직 후 집 짓겠다는 사람도 많은데 직장에 다니는 지금의 대출 조건이 더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락집은 베란다와 다락이 유독 많다. 이들의 층별 면적을 모두 합치면 72.87㎡(약 22평)에 달한다. 건축법상 최대 1.5m 가량 튀어나온 베란다와 평균 높이 1.8m인 다락의 면적은 바닥 면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집이 실제 평수보다 더 커보이는 비결이다.

건축가는 세 개 층으로 이뤄진 가족의 집 내부를 잇는 계단을 디자인하는데 특히 공들였다. 집의 한쪽이 ‘계단실’인데 꼭대기층까지 훤히 뚫려있다. 개방성과 안전,효용을 모두 고려한 덕에 아이들에게 계단실은 책을 쌓아놓고 읽는 서재가 됐다.

아파트 아닌 생활은 걱정했던 것보다 불편하지 않다고 가족들은 입 모았다. 아내는 “아파트에서 살 때는 단지 밖을 나가는 데 5분 이상 걸렸다. 오히려 아파트 생활이 섬 생활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프라모델 그리기에 여념 없던 아이들을 대신해 부부는 “자기 방 다락에서 안 나와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산다는 자부심이 아이들에게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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