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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감안해 단계적 도입 필요"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대표적인 이슈가 두 개 있다. 하나가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로 꼽히는 게 분양권 투기다. 분양권은 공사 중인 주택이 다 지어지면 입주할 수 있는 권리다. 분양가의 10% 정도인 계약금에 프리미엄(웃돈)만 있으면 돼 실제 주택거래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많이 끼어들고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다운계약’ 등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중도금 대출이다. 국가적 이슈로 부각된 가계부채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 제한을 둘러싸고 금융권과 주택건설업계 간 논란도 치열하다. 

'선분양'이 분양시장 과열·중도금 대출 뿌리

두 이슈인 분양시장 과열과 중도금 대출 문제를 낳는 배경에는 한국에서만 독특한 선(先)분양제가 있다. 집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것이다.  제조업으로 치면 상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상품을 팔고, 다 만든 뒤에 상품을 인도하는 방식이다.  

선분양한 덕에 건설업체는 집을 짓는 비용을 분양받은 사람에게서 받아 충당할 수 있다. 자기 돈 들이지 않고 분양 계약자로부터 돈을 받아 집을 지은 뒤 인도하기 때문에 초기 사업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사업자가 부동산 건설 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초에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때에 빨리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선분양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선분양제의 문제점들이 떠오르면서 주택을 지은 뒤 판매하게 하는 후분양제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후분양제 입법을 추진하며 공론화하고 있고, 주택분양보증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분양제 연구용역에 나섰다.

후분양제는 사실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실험한 제도다. 결과적으론 김 수석이 중도 포기한 도전이었다. 후분양제는 처음에 재건축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부동산대책이었던 2003년 5월 23일 발표된 ‘주택가격안정대책’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기대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80%이상 시공 후에 분양을 허용하기로 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분양제 실시로 조합원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실제 분양은 사업승인 후 적어도 2년 이상 경과한 후에 가능해 수주를 둘러싼 업체 간의 과당 경쟁이 줄어 무분별한 재건축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듬해 초 정부는 ‘주택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통해 후분양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추진한 이유는 선분양은 건설자금 조기확보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소비자의 주택선택권을 제한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투기를 야기시키는 등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소비자 중심으로 주택공급 질서를 확립해 나가기 위해” 후분양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004년 후분양제 로드맵 마련

2004년부터 후분양제를 공공 아파트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7년부터 모든 공공 아파트로 확대키로 했다. 후분양 시기는 공정 40%부터 시작해 80%까지로 늦춰나갈 게획이었다. 후분양하는 업체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고 국민주택기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시했다.

서울시도 2006년 80% 지은 뒤 분양하기로 하고 그해 9월 은평구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후분양제를 시행했다. 후분양 시기를 100% 지은 준공 후가 아닌 80%로 잡은 것은 분양 받은 뒤 입주 때까지 기존 주택 처분 등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이다.

준공까지 5~6개월 남은 공정 80% 시점에 분양하게 해 업체의 관리비용과 금융비용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었다. 업체는 준공 때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미분양 걱정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상가오피스텔에도 후분양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관련 법령을 개정해 공공부문 분양 공정률을 2007년 40%에서 2009년 60%, 2011년 80%로 높인다는 계획으로 후분양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만에 시행이 1년 늦춰지면서 후분양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주택공급물량 축소 우려에 따라서였다.  

주택공급 축소 우려로 중도 포기

당시 노무현 정부는 “후분양제의 실시로 단기적으로 주택공급물량이 줄어들어 주택가격 안정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후분양제에서 물러났다. 그렇다고 후분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아 있던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주택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후분양을 유도하는 대책을 내놨다. 

당시 “택지 매입비용 등 매몰비용으로 인해 분양가능성이 낮더라도 밀어내기식 분양을 실시함으로써 공급과잉 악화 우려”가 높다며 후분양 업체에 건설자금 대출 지원 등의 당근을 꺼냈다. 

2013년 말 발표된 2차 장기(2013~2022년) 주택종합계획에도 후분양 활성화가 들어갔다. “보증 등 금융수단 지원과 인센티브 등을 통해 후분양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방식의 주택공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로 후분양 보증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이 102.3%로 후분양제를 포기했던 10년 전보다 주택수급 사정이 좋아졌다. 2007년 주택보급률은 99.6%였다.  


여건 좋아졌지만 부작용 우려도 많아

후분양제를 다시 추진할 여건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시장에 미치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업자금 조달 비용의 분양가 전가, 자금력 있는 대형 업체의 주택사업 과점, 주택공급 축소 등의 우려가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지만 아직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더라도 보완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이뤄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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