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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높은 강남만 수입 쏠쏠
# 대전시 둔산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모(62)씨는 밤에는 야식배달·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이 지역에서 21년째 영업했지만 해가 갈수록 경영난에 허덕인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일 땐 월 10건 이상의 매매를 중개했다. 하지만 주변에 공인중개업소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5년 전쯤부턴 월 1건의 일감도 없었던 적도 많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을 접을까 고민한다." 

#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사정이 다르다. 공인중개업소 24곳이 밀집한 서울 신천동 잠실 장미아파트 상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 매매 2건을 중개해 양쪽에서 수수료로 총 3000만원 이상 받았다.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한 달에 매매 한 건만 성공해도 먹고살 만하다"고 말했다.
 
편의점만큼이나 흔하지만 수억~수십억원대 물건을 사고파는 곳, 공인중개업소다.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면 수수료를 낸다. 9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4~0.6%, 9억원 이상은 0.9%다. 전·월세 거래 땐 가격에 따라 0.15~0.8%를 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이 6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에서 한 달에 한 건만 매매를 중개해도 중개사가 최대 600만원(6억원 이상 수수료율 0.5% 적용, 매수자·매도자 양쪽에게서 300만원씩)을 수수료로 받는다는 얘기다.

겉으로는 중개료 수입이 꽤 쏠쏠해 보인다. 중·장년이 은퇴 후 꿈꾸는 제2 인생으로 공인중개사가 우선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래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중년의 고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청년들도 이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웃을 형편이 아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청년들도 공인중개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상가마다 빽빽히 들어선 공인중개업소는 정말 먹고 살만 한걸까. 공인중개사가 많아지다 보니 이들의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양극화도 심해진다. 그 현장을 들춰보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최근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 매출과 영업비용(임대료·인건비·광고비 등)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에는 공인중개사 시장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설문 조사를 통해 공인중개사의 소득 규모를 분석한 자료는 처음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 매출이 1200만원 이상~24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중이 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2400만원 이상~3600만원 미만(21%), 3600만원 이상~4800만원 미만(19%), 4800만원 이상~7200만원 미만(14%), 1200만원 미만(11%) 순이었다. 연 매출 360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공인중개사는 자영업자인 만큼 영업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간다. 임대료·인건비·광고비 등 영업비로 월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을 쓴다고 답한 비중이 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0만원 미만(29%),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18%),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11%) 순이었다. 10곳 중 7곳이 월 100만원 이상을 영업비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황기현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이 정도 매출과 비용을 유추해보면 공인중개사 절반 정도가 월 수입 100만원 미만, 80% 정도가 월 수입 200만원 미만이라고 보면 된다. 공인중개사 업계 ‘보릿고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2012년 8만2931명에서 최근 기준 9만9799명까지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공인중개사 10만 명 시대가 코 앞이다. 이 기록은 매년 깨질 전망이다. 매년 시험 응시자와 합격자도 늘고 있어서다. 

 
금융·세무 등 전문성 갖춰야

지난해 공인중개사 1ㆍ2차 시험 응시자는 총 19만1508명으로 2015년(15만7144명) 보다 3만4000여명(22%) 늘었다. 응시자 중 40대가 6만4456명(34%), 50대 이상이 4만5934명(24%)이었다. 20ㆍ30대 신청자 수도 전년보다 각각 57%, 32% 증가했다. 올 2월 4910명 채용 예정에 22만8000여명이 응시한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과 응시자 수에선 큰 차이가 없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절대평가다. 매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2013년 9846명이던 합격자는 지난해 2만2340명이나 됐다. 

황모(35)씨는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이다. 2년 전 중소 조선업체에서 퇴사한 뒤 수십군데에 입사 원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공인중개사인 형이 "공무원시험은 최소 2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그만큼 어렵지도 않고 일단 따고 나면 바로 개업해서 능력만큼 벌 수 있다"고 해서 올 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김모(54)씨는 지난해 다니던 은행에서 명예퇴직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26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공인중개사로 제 2의 인생을 살 계획이다. 그는 "장사를 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경험이 없고, 그나마 은행에서 고객을 상대해 봤고, 금융지식도 꽤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어 도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06년 108만 건에서 2010년 80만건으로 줄었다. 이후 반등해 2015년 119만 건을 찍은 뒤 지난해 105만 건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따져도 공인중개사 1명이 월 1건 정도 거래 중개한 꼴로 중개사 포화 상태다.

2015년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낮춰 공인중개사의 영업환경은 더 나빠졌다. 서울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절대적인 거래량도 줄었지만 중개 수수료율이 낮아져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의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중개 수수료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10억원짜리 집을 사거나 팔면 최대 900만원이나 되는 수수료를 내야 해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런 틈을 노려 변호사도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인 공승배(46)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는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법률 자문 수수료 최대 99만원’을 내걸고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가 아닌데 중개를 했다"며 공 변호사를 고발했다. 1심 법원은 "변호사로서 중개 수수료가 아니라 법률자문 수수료를 받았다"는 공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만약 대법원 판결까지 1심과 같다면 변호사 업계의 부동산 중개업 진출에 따라 공인중개업소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직방·다방 같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업체도 등장해 공인중개업소의 밥그릇을 흔들고 있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 확대도 공인중개사의 설 자리를 좁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 앱을 이용한 직거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자등기를 이용해 등기 수수료를 절약하게 되면 부동산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질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을 올 하반기 전국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공인중개사가 위기에 몰린 건 ‘전문성 미흡’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수십년간 단순히 매도자가 물건을 내놓으면 이를 매수 희망자에게 소개하고 계약을 중개하는 업무행태에서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현재 상황에선 시장 정리가 불가피하다. 공인중개사가 살아남으려면 단순 알선 중개를 넘어 컨설팅·금융·세무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사 서비스나 저리 대출 알선, 법률·세무 대행, 임대 관리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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