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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이상과열' 분석해보니
“강남 집값 미친 거 아냐?”
“하룻밤 새 몇천만원씩 오른대. 지금도 오르고 있을걸.”
“작년 분양가가 3.3㎡당 4000만 원대였는데 프리미엄(웃돈)을 합치면 지금은 5000만원까지 간다는군.”
“4000만대 분양가에도 중개업소들이 ‘미쳤다’며 고개를 저었는데 이제 5000만원 시대가 될지 몰라.”
“반포는 한강도 있고 강남·북 연결 길목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개포는 왜 그러는 거야. 반포 동생인 개포가 형을 능가할 판이야.”
“난 집 정리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돌렸어. 집값이 어찌 될지 겁나기도 하고 은퇴도 다가오니.”

지난달 하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담당 임원, 분양대행사 대표 등이 저녁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다. 이들은 모두 20년 이상 부동산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급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지인이 “요즘 분위기가 이렇다”며 전해줬다. 

지난달 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주택시장 ‘이상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분양시장에는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분양권 전매도 급증했다. 원인이 뭘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① 경기부양

2008년 금융위기는 국내 경제와 부동산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연 5%대이던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긴 침체의 터널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을 밀었다. 건설의 경제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GDP(국내총생산) 내 건설투자 비중이 15~20%를 차지한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건설업이 ‘마이너스’ 성장하며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정부는 주택경기를 되살려 경제를 북돋기 위해 대대적인 주택시장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 이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각종 규제를 대폭 풀었다. 느슨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 일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아예 폐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주택시장 규제 완화는 문턱을 낮추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며 투기 등 가수요의 놀이터를 만든 셈이다. 지금 시장의 시작이다.  
 
② 유동성

이전 정부는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면서 시중에 돈을 대거 풀었다. 돈은 공급과 수요로 이뤄지는 주택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여서다. 돈 유통비용인 이자부담을 줄이면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고 양이 늘어난다.  
 
 
정부는 2007년 5%까지 올랐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2008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2011년 한때 3%대로 올라가긴 했지만 2010년대 초반 2%대로 떨어졌다. 2015년부터 1%대까지 내려왔고 지금은 1.25%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2007년 7%에서 지난해 2%대로 크게 하락했다. 

가정에서 빌리는 돈이 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금액과 주택담보대출금액의 연간 증가율이 높아졌다. 2010년대 초반까지 6~8%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가 넘었다. 가수요가 물을 만났다.   

③공급시차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주택경기 활성화 효과를 본 이유는 뭘까. 유동성 증가에 따른 가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2015년 말 주택보급률은 전국 평균 102.3%다. 공급량인 주택수는 1955만여 가구이고 수요인 일반가구는 1911만여 가구다. 수요보다 공급이 44만여가구 많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재고 여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정부와 업계는 주택보급률이 대개 110%는 돼야 안정적인 수급으로 본다. 2015년 기준으로 110%가 되려면 주택이 147만가구 더 있어야 한다. 147만가구를 늘리는 데 4년 정도 걸린다. 그 사이 늘어나는 일반 가구수를 감안하면 110%로 높아지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전국적으로는 그나마 100%가 넘었다 하더라도 수도권은 아직 100%가 되지 못한다. 수도권 평균이 97.9%이고 서울은 96%다. 서울에선 주택수(363만)가 일반가구수(378만가구)보다 15만 가구 모자란다. 

2015~16년 대거 분양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입주 쓰나미’가 예상되지만 그 이후 공급 절벽이 오면 ‘지나가는 소나기’가 될 수 있다.  

④ 심리

과거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시장에 ‘규제 대못’을 박은 주역들이 다시 정책을 주무르게 됐는데 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집값이 뛸까. 분명 주택시장이 ‘호재’가 아닌 ‘악재’를 만난 셈인데 시장 반응은 의외다.  

이에 대한 해석의 하나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게 ‘정보 왜곡’ ‘시장 착시’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집값 상승 논리에 맞춰 왜곡되게 해석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주택공급축소를 포함한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그 뒤 신규 분양시장이 더욱 달아올랐다. “공급이 줄기 전에 서둘러 분양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시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이 대책은 정부가 2015년 이후 쏟아진 분양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일부 반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대선결과도 마찬가지다. 내년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제)가 부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게 강남권 공급 감소로 해석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사실 안갯 속이어서 그 위력을 예상하기 힘들다. 또 사업성만 있으면 환수제와 상관 없이 재건축은 진행된다.  
 

▲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주택시장 분석에 첨부한 그래픽.

 
시장이 전망하듯 새 정부가 규제의 강도를 높이면 시장은 위축되고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과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많다.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누르기 위해 온갖 강도 높은 규제를 동원했지만 결국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시장에 '비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위의 네 가지 원인 분석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이 사실은 10년 전 이미 제시됐다. 10년 전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분석된 네 가지를 글자 그대로 옮기고 해설만 현재 상황으로 업데이트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초 국정브리핑에서 주택정책을 총정리하면서 집값이 오른 ‘4가지 근본적 요인’으로 ▶경기부양 ▶유동성 ▶공급시차 ▶심리를 꼽았다. 당시 원인 분석의 소제목은 ①경기부양과 부동산의 딜레마 ②유동성과 부동산 ③공급시차와 시행착오 ④부동산 심리와 정책불신이었다. 

10년 전의 분석이 지금도 큰 오차 없이 유효한 걸 보면 시장 역시 그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년전 노무현 정부의 진단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투기에 취약한 부동산 시장 

부동산은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이 일어나기 쉬워 투기에 취약한 상품의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처럼 선분양제가 일반화 돼 있고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경우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더욱 심해져 수요자들은 구조적으로 고분양가 등 공급자 우위의 시장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에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인터넷에 제공하는 매물과 시세 정보는 높은 가격을 원하는 매도자 호가 위주의 시황을 부추겨 부동산 가격을 왜곡한다. 결국 여기서 피해의식이 깔린 투기 심리도 생겨났다. 

부동산 가격은 호가라도 일단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값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들은 투기를 장기화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화가 심하고 개발 가능한 택지 비율은 매우 낮아 부동산 가치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또 부동산은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발생하는 가격의 비탄력성 탓에 단기적으로 가격왜곡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 수요를 공급이 즉각 뒷받침 할 수 없다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은 이처럼 시장실패가 쉬운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과거 ‘투기시대 패러다임’과 씨름하고 있다”며 "결국 시장 실패로 인한 공급부족이나 가격왜곡 등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노무현 정부의 주택시장 진단이 나온 지 1년 반 뒤 금융위기가 닥쳤고 주택시장은 주저앉았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표현을 빌리면 ‘거품’(버블)이 꺼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 설계자였고 다시 정책을 맡게 된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요즘 시장을 보며 묘한 '데자뷰'(deja vu, 기시감)를 겪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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