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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 안정에 정책 초점 맞춰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제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시민의 주택 점유 형태를 분석한 결과 전세(26%)·월세(31%)를 더한 비중이 자가주택 비율(42%)을 넘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가 서울 거주자의 절반 이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 있는 정책이란 얘기다.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할 때 전·월세 상승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추가로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세로 4년간 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전세 재계약 때 전세금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됐다. 공약집엔 ‘임대주택 등록을 기반으로 세입자 주거안정과 집주인의 권리 보호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제 및 임대료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에 달한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73% 수준이다. 전세 재계약 시기마다 보증금이 크게 올라 더 못살고 이사한다는 뜻의 ‘전세 난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한 이유다.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제가 도입되면 투기 세력이 활용하는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사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최대 임대 기간이 4년이 되기 때문에 집 주인이 집을 제 때 팔기가 쉽지 않아 갭투자 유인이 줄기 때문이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과 미국 일부 도시에서도 정부가 개입해 임대료를 정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독일의 경우 임차 가구의 50%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국세청·지자체 공무원으로 구성된 현장 점검반이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불법 거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갭 투자 유혹 줄어들 듯

프랑스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만료시 계약을 해지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심사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전체 임대 가구의 66%가 임대료 규제를 받는 주택에 살았다(2008년 기준).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도 주거난을 겪지만 세입자가 한 집에서 수십년 사는 모습이 흔하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과 선진국 사례를 감안했을 때 새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정책이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는 전셋값 급등, 민간 임대시장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전·월세 시장이 세를 놓는 임대인 우위라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전·월세가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 5%씩 전세금 상승 폭을 제한하면 집주인이 새 계약을 할 때 미래 상승분까지 선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전·월세가 폭등하면서 서민 주거난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익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주택 유지관리에 소홀하거나 해당 비용을 세입자에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임대사업을 접어 임대 주택이 줄 수도 있다.

임대료 통제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경험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자 다음해 전국 주택 전셋값이 17% 급등했다. 1990년 봄엔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일가족 4명이 동반 자살하는 등 세입자 17명이 같은 이유로 목숨을 끊는 ‘자살 도미노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토부는 그동안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여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회에 발의한 법안도 같은 이유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반대해 계류 중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팀장은 "89년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6개월마다 올려 받아도 속수무책이었을 정도로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부실했다. 현재는 당시보다 주택 공급도 크게 늘어난 만큼 부작용을 우려해 법을 못 고친다는 논리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고 말했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차인에게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임대인도 고려해야 한다. 임대인에게 수익성을 보전하는 인센티브를 주거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주택에만 제도를 한정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서울 입주 물량이 최고점에 이를 전망인데 그때 시행하면 시장에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를 규제하기보다 공공·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전·월세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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