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금융

부동산 메뉴

새 정부, 저렴한 분양가 주낵공급 과제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2006년. 그해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가 분양 테이프를 끊었다.

9400여 가구 모집에 수도권 1순위자 5명 중 한명 꼴인 46만여 명이 신청해 평균 50대 1의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요즘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예사로 나오지만, 당시는 1순위 자격이 더 까다롭게 세분돼 있었기 때문에 '체감 경쟁'은 더 치열했던 셈이다.

민영아파트 가운데 풍성신미주 전용 82㎡가 가장 높은 2073대 1의 기록을 세웠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190만원인 3억9000여 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지금 시세는 7억5000만원 선이다. 11년 새 92%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47.4% 올랐고 수도권 상승률은 42.4%다.

판교 집값 급등은 분양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말 분양에 나선 판교더샵퍼스트파크의 전용 84㎡ 분양가가 8억원 선이다. 

판교는 주택시장의 깨지지 않는 신화의 하나로 꼽히는 ‘신도시 불패론’의 증인인 셈이다. 앞서 1990년대 개발된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이어 판교가 2기 신도시의 대표적인 성공 스토리로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신도시 불패론은 ‘신도시 아파트=대박’ 공식이다. 미니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택지지구까지 범위를 넓히면 '공공택지 대박론'이라 할 수 있다.

강남 집값이 많이 오른다는 ‘강남 불패론’이 유주택자·투자자의 금언이라면 신도시 불패론은 무주택자 등 서민의 꿈이다. 신도시 아파트가 저렴한 분양가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기 때문에 유주택자나 투자수요는 들어오기 힘들다.  

이런 무주택자의 ‘로또’ 기회가 영원히 사라질 것인가. 박근혜 정부로부터 넘겨 받은 새 정부의 숙제다. 올해 말까지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떠안은 다른 숙제들 중 일부는 지난 6·19대책 때 해결됐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연장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건축부담금) 부활 여부다.

정부는 7월 말로 끝나는 LTV·DTI 완화를 전국 40곳 조정대상지역에서 7월 3일부터 각 10%포인트씩 낮추고 나머지 지역에선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말로 끝나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유예를 내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건축 부담금 부과 유예를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정부·여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내년 재건축 부담금제가 부활하게 된다. 재건축 부담금제는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해당 지역 평균 상승폭 이상으로 오른 재건축 집값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국가에 환수하는 제도다. 

3기 신도시 개발은 더이상 없나
 
정부는 2014년 9월 1일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8월부터 LTV 등 대출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가라앉은 주택시장을 띄우기 위한 추가 대책이었다.   

▲ 택지지구 지정 실적.


이 대책에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공급 조절 방안이 들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고 공공택지 개발을 위한 택지개발촉진법도 폐지키로 했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해 우선 추가 지정을 중단시킨 것이다. 

이는 대규모 주택공급원인 공공택지 개발을 막아 주택공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요를 늘리려는 구상이었다. 앞으로 공공택지 개발을 안 해 분양물량이 줄어드니 서둘러 지금 분양 받거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였다. 

이는 정부의 주택공급 방식 변화를 의미했다. 당시 9·1대책에서 도심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건축 연한을 단축(서울 최장 40→30년)하고 안전진단 문턱도 대폭 낮췄다. 

공공택지 개발을 통한 도심 외곽 주택공급은 그동안 충분히 이뤄졌다고 봤다. 대신 늘고 있는 도심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푼 것이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는 과거 주택 절대부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을 제거하는 토사구팽(사냥이 끝난 뒤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사냥개를 삶아먹음)으로 볼 수도 있다.
   
1980년 12월 만들어진 이 법은 사업화로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심각해진 도시지역의 주택난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도시 외곽에 대규모 공공택지를 공급하기 위해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관리 등에 특례를 줬다. 

공공 주도로 단기간에 대량의 택지를 공급하는 게 가능해져 1980~2013년 공급된 공공택지 977㎢의 73%인 715㎢가 이 법에 따라 마련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198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계획된 신도시를 포함한 택지개발지구는 658㎢ 규모다. 계획 가구수가 440여만 가구, 계획 인구는 1400여만 명이다. 서울(605㎢)보다 크다.

지난해까지 1100여만 명 사는 320여만 가구 주택 공급

지난해 말까지 준공된 택지지구는 430만여 ㎢ 규모로 320여만 가구, 1100여만 명이 사는 땅이 됐다.

그런데 이 법의 용도 폐기가 추진된 것은 주택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이 ‘대규모 물량공급’에서 지역 여건을 감안한 ‘소규모 다품종 개발’로 바뀌어 주택공급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기며 주택 대량공급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 택지개발제도는 단기간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데 효과적이다. 화성시 동탄2신도시 개발 전후 사진.


재고 택지가 많기도 하다. 당시 정부는 2014년 기준으로 미매각·미착공 등으로 공공택지 여유물량이 117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208.1㎢이나 돼 이 법이 없어지더라도 택지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8~9년 쓸 택지는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새로 대규모 택지 수요가 생기면 옛 보금자리지구와 같은 공공주택지구를 만들 수 있는 공공주택법과 대규모 민간개발인 도시개발사업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택지지구 지정은 2014년 이후 멈췄다. 하지만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논란을 벌이다 살아 남았다.

정부 입장을 담은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의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법안은 회기를 넘기며 폐기됐다. 지난해 10월 이우현 의원이 다시 폐지 법안을 제출해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다. 아직 본격적인 심의는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새 정부도 공공택지 개발에 다시 나설 것 같지 않다. 사실 새 정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택지개발을 적극 활용했다. 판교신도시와 화성시 동탄2신도시를 분양했고 위례, 수원 광교,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파주 운정, 평택 고덕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대부분을 지정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김경환 전 국토부 차관은 2015년 국회의 폐지 법안 심의 때 다음과 같은 말로 폐지를 주장했다. 

“택지개발촉진법은 대규모의 공 공택지 개발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지금 공공택지가 과잉공급된 상태다. 앞으로는 도심의 재개발, 재생이라든지 중소 규모의 맞춤형 개발 사업으로 택지개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택지개발의 효용성이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법까지 없어질지는 이번 정부에서도 미지수다. 법이 있어도 집행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택지개발촉진법이 살아있다고 해서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규로 택지를 지정하지 않으면 법을 폐지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다. 그런데 법마저 없애면 빠른 시간 안에 택지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어려워져 정부의 주택공급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주택 수요자 분양가 부담 늘어나
 
공공택지개발이 중단되면 값 싸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이 없어지는 셈이다. 공공택지에는 정부가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민간택지보다 분양가가 낮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민각택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저렴했기 때문에 판교와 같은 ‘신도시 대박’ 신화가 가능했다. 공공택지는 조성원가 수준에서 공급되는 반면 도시개발사업을 통한 택지는 감정평가금액 수준이어서 택지 공급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택지 가격이 오르면 분양가도 자연히 상승한다. 

요즘 분양시장에서 분양권 전매금지 등 불리한 조건에서도 공공택지 청약열기가 뜨거운 데는 막판 값 싼 공공택지 아파트를 잡으려는 심리가 크다. 올 하반기 분양시장에서도 그렇고 '끝 물'인 공공택지 물량을 잡으려는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을 폐지하든, 신규 지정을 계속 중단하든 공공택지 공급이 끊기면 새 정부에 또 하나의 과제가 파생된다. 공공택지 말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 정부 역시 이전 정부 못지 않게 저렴한 주택 공급으로 서민 주거와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더보기

    부동산 이슈보기

    베스트토론

    더보기

      부동산 토론 이슈보기

      서비스 이용정보

      Daum부동산은 제휴 부동산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와 기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제휴 업체의 매물 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 및 이와 관련한 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