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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에서 질로 진화하는 임대주택
공공 임대주택 ‘100만 가구’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1971년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처음 영구 임대주택을 공급한 지 46년 만이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27일 "LH가 보유·관리하는 임대주택이 이달 말 기준으로 1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장기 공공임대 확충을 위해 양질의 임대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은 양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진화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단순 주거시설에서 벗어나 첨단 부대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까지 갖춘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짓는 임대 아파트는 ‘집 없고 돈 없는’ 서민이 사는 곳이란 얘기가 무색할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일반 아파트 못지않은 품질을 갖추고 각종 생활 편의시설과 교통망을 완비한 요지에 들어서 중산층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부터 많이 바뀌었다. 일단 집이 넓어지는 추세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의 경우 기존 전용면적 20~30㎡대 ‘원룸’ 구조에서 40㎡대 ‘투룸’ 구조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공급한 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에 전용 40㎡가 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지구, 의왕 고천지구,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에서 신혼부부 임대를 44㎡로 공급할 계획이다.

김철홍 국토부 공공주택정책과장은 "신혼부부가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최장 10년 이상 거주한다. 아이를 낳아 식구가 늘면 방 2개는 있어야 한다고 보고 면적을 넓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 경우엔 임대료 비싸 문제

설계도 진화했다. LH 표준 설계상 전용면적 84㎡만 돼도 판상형 ‘4베이(방 셋에 거실 전면 배치)’ 구조가 기본이다. 4베이는 채광·통풍이 유리하다. LH가 화성 동탄2신도시에 공급할 예정인 임대주택의 경우 성냥갑 같은 디자인에서 벗어나 땅 높낮이에 따라 아파트 층수를 제각각으로 구성했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수원 호매실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호매실’ 뉴스테이는 분양 가구의 97%가 4베이 구조다. 실내에 현관 창고, 주방 팬트리(창고), 안방 드레스룸 등을 적용해 수납 공간을 늘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잔디광장이나 조깅 트랙 같은 조경, 키즈카페·피트니스센터·실내골프연습장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단지 곳곳에 배치했다. 실내외는 물론 조경까지 민간 아파트 못지않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홈’ 기술도 보편화하는 추세다. LH가 공급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부천 옥길 센트럴힐’의 경우 조명·냉난방을 스마트폰이나 음성인식 기기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입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원격 검침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화건설은 내년 초 입주 예정인 ‘수원 권선 꿈에그린’에 열병합·태양광 발전기, 엘리베이터가 이동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쓰는 회생전력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소프트웨어, 즉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도 탈바꿈하고 있다. 먼저 서비스 대상부터 넓혔다. 과거 3~4인 가구 공급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신혼부부·사회초년생·대학생 같은 젊은층을 비롯한 실거주자에게도 입주 기회를 주는 추세다.
 
내년 입주 예정인 롯데건설 ‘신동탄 롯데캐슬’과 ‘동탄2 롯데캐슬’은 생애주기에 맞춰 단지 안에서 주택 규모를 바꿔가며 살 수 있는 ‘캐슬 링크’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거주 중 자녀 출산이나 분가로 인해 규모를 바꿀 경우 간단한 사전 신청만으로 공실 가구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아파트는 TV·냉장고·세탁기·냉장고·에어컨·정수기·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을 저렴하게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내년 입주 예정인 대우건설 ‘동탄행복마을 푸르지오’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앞세웠다. 자동차·자전거 셰어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입주민끼리 아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 공동 텃밭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기르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임대주택이 진화하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걷혔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나빠져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경우도 나왔다. 하지만 2015년 9월 1호 뉴스테이인 인천 도화동 ‘e편한세상 도화’ 청약 경쟁률이 5.5대 1을 기록한 이래 경쟁률이 수십대 1을 기록한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인식이 좋아졌다.
 
다만 뉴스테이의 경우 기업에게 임대주택 사업 진출 길을 열어주고 각종 혜택까지 줬는데도 임대료가 높은 편이라 뒷말이 나왔다. ‘e편한세상 도화’ 전용면적 84㎡ 임대료는 보증금 6500만원, 월 임대료 55만원이다. 인근 시세(보증금 3000만원, 월 60만원)와 비슷하다.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뉴스테이’ 전용 84㎡ 임대료는 보증금 4억4500만원에 월 44만원 수준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제도 취지는 좋았지만 공공성이 떨어져 국민이 받는 혜택보다 사업자 혜택이 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임대 기간 동안 수익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다음달 정부가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엔 2021년까지 연 17만 가구씩 공급할 임대주택 세부 공급계획 등이 담길 예정이다. 뉴스테이의 경우 임대료 책정부터 입주자 선정까지 공공성을 대폭 보강하는 쪽으로 바뀔 전망이다.

초기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일정 수준 이상 낮게 책정하고 입주자 선정 기준도 무주택자·신혼부부 등을 우대하는 식이다. ‘뉴스테이’란 이름조차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테이도 중산층뿐 아니라 저소득층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던 정책이었다"며 "손바닥 뒤집듯 방향을 바꿔 규제를 가하면 건설사가 뉴스테이 공급을 줄이면서 임대주택 공급량 감소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H는 준공 30년이 지난 영구 임대주택을 어떻게 정비할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도시재생을 비롯해 각종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박상우 LH 사장은 "청년층, 1인 가구 같이 다양한 수요를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입주민을 위한 주거서비스도 개선하겠다"며 "100만 가구 공급을 계기로 기존의 양적 공급에서 나아가 질적 제고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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