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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억대 특화시설, 반포1단지 재건축 미리 가보니
남편끼리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가지 말라는 곳이 과거엔 백화점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파트 견본주택으로 바뀌었죠.

기술의 발달로 아파트는 주거공간으로서 뛰어난 기능을 자랑합니다. 여기다 편리성을 넘어 고급스러운 집 내부는 백화점에서 느낄 수 있는 소비의 욕망을 채워줄 정도가 됐죠.  
 
이제는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지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해진 거죠. 아파트는 이제 '사는' 곳이 아니라 '먹고 놀고 쉬는'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전(錢)의 수주 전쟁’을 치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아파트가 있습니다. ‘고급스러움의 결정판’ '빈틈없는 원스톱 라이프'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000에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누리는 것입니다.”
 
3.3㎡당 최고 8000만원이 넘어 국내 최고가 주택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광고 문구의 하나입니다. 반포주공1단지에도 이런 광고가 통할까요. 
 
어느 정도인지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조합에 제시한 ‘디 에이치 클래스트’에 미리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대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입찰제안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현대건설은 최상급 클래스(수준)라는 뜻을 담은 ‘클래스트(Class+est)’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 단지는 최고 35층의 전용 59~234㎡ 5388가구로 짓습니다. 

마감재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제시된 내용이고 일반 분양분의 마감재 수준은 분양 시기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분양가를 비싸게 받지 못하면 조합원보다 못하겠지만, 분양가가 올라가면 오히려 일반 분양분이 더 고급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기사에 첨부된 이미지는 가상이나 참고용이므로 실제 시공은 다를 수 있습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주방가구의 벤츠까지

지문 인식 디지털 도어록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는 수입산 명품이 주를 이룹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고가 해외 수입품의 큰 손이 됐습니다. 
 
현관 바닥은 수입산 천연대리석타일로 시공합니다. 현관 전용 청소기로 쓸 수 있는 빌트인 청소기가 구비돼 있습니다.    
  
거실 바닥은 수입산 원목마루나 수입산 천역 대리석 가운데 고르면 됩니다. 일부 벽면이 수입산 천연대리석 아트월로 지어지고 커튼은 전동식입니다. 거실 천정을 비롯해 모든 방에 무풍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된다고 합니다. 무풍에어컨은 차가운 공기를 빠르게 분사하는 방식으로 실내온도를 시원하고 균일하게 유지해 차가운 바람을 직접 맞지 않아도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네요.
 
주방 가구로 168㎡ 이상 주택에 ‘불탑’을, 135㎡ 이하엔 ‘보피’를 설치합니다. 불탑은 독일 제품으로 ‘주방 가구의 벤츠’로 불릴 정도의 최고급 주방 가구로 꼽힌답니다. 보피는 이탈리아 제품이죠.   
 

▲ 불탑 주방.


수입 고급 주방 가구는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 분양 때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불탑은 처음입니다.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서는 고급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한남더힐 일부 대형 주택의 주방 가구에 쓰인 정도입니다. 
 
불탑 시중 가격은 1억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이 2200여명이어서 불탑 입장에선 반포1단지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네요. 한해 고급 주방 가구 시장 규모가 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니 불탑은 이 단지에서 몇 년 치 장사를 하는 셈입니다. 
 
씽크볼(개수대)과 씽크대 수전은 독일 한스그로에 등이고 독일 밀레의 4구짜리 전기렌지로 조리를 합니다. 광파오븐과 식기세척기, 행주 도마 살균기가 빌트인으로 붙어 있네요. 설거지하고 행주를 씻을 필요가 없으니 손에 물 안 묻히고 주방 일을 볼 수 있네요. 주방에는 700L 대형 냉장고와 220L 김치냉장고가 빌트인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욕실 욕조는 월풀과 히노끼(편백나무) 욕조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히노끼야 워낙 유명한 나무이니.세면기·양변기 등 욕실 시설은 모두 세계 최대 변기·세면기 생산업체인 일본 토토(TOTO) 제품이네요.   

세탁시설로 세탁 21KG, 건조 12KG 용량의 드럼세탁기, 전기건조기, 스타일러(간편 다림질 등 의류 관리기기), 전동식 빨래건조기를 갖춥니다. 이밖에 65인치 LED UHD TV와 금고도 주어집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주민음악회
  
10여 개에 이르는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단지라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호텔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리조트 같은 아파트입니다.
 
휴식이 넘쳐납니다. 문화예술공연 1번지인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물놀이하러 꽉 막힌 도로에서 답답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섭니다. 840석 규모로 연 1회 주민음악회가 개최됩니다. 가족끼리 영화를 보는 ‘프라이빗 씨어터’도 만든다고 합니다.     
 

▲ 단지 내 오페라하우스에서 1년에 한번씩 주민음악회가 열린다.


13가지의 각종 스포츠 시설이 들어섭니다. 아파트 단지에 일반화된 수영장·실내골프연습장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네요. 수영장이 대개 25m 길이인데 이 단지의 수영장은 50m 6레인의 대형입니다. 골프연습장은 20m 복층형이라고 합니다. 
 
실내 아이스링크장이 설치돼 사계절 내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습니다. 실내 워터파크도 있습니다. 여름에도 스케이트를, 겨울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죠. 실내 암벽 등반시설도 마련돼 있습니다.   
 

▲ 사계절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실내아이스링크.


아파트 내부뿐 아니라 부대시설 등에 여성과 아이를 배려한 공간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이 소외감을 느껴왔습니다. 이 아파트에선 남성만의 공간이 많습니다. 음악감상 등 취미활동을 하는 ‘맨즈 클럽 하비룸’과 업무도 볼 수 있는 ‘맨즈 비즈니스 클럽’이죠.   
  

▲ 피로를 풀 수 있는 야외 히노끼 노천탕.


공부하는 자녀와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넉넉하네요. 전문적인 운영으로 인기 있는 고급 독서실인 ‘토즈 독서실’과 ‘키즈 라이브러리’ ‘키즈 레고랜드’를 만듭니다.  
 
도서실은 하늘이 보이고 햇살이 내리쬐는 ‘햇살 원형 도서관’입니다. 요즘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가운데 도서관이 주택 수요자를 잡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습니다. 자녀 교육이 중시되는 현실에서 ‘교육 아파트’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서죠. 

단지가 예술 공원이자 수목원

단지 내에는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프랑스 대표 조각가인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과 세계3대 산업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의 작품입니다. 
 
자비에 베이앙은 베르사유 궁전을 비롯해 뉴욕 메종 루이비통, 영국 하트필드 성,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미술관,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대형 사자상이 설치됩니다. 
 
론 아라드는1994년부터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을 받았습니다. 
 
각종 귀한 나무숲이 조성됩니다. ‘왕가(王家)의 정원’이라는 컨셉트로 꾸며진다고 하네요. 대표적으로 서어나무 숲입니다. 서어나무는 울퉁불퉁 근육질 줄기가 뒤틀리며 올라가는 형태를 지니고 있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태를 지니고 있는 수종입니다.  

▲ 서어나무 숲.

 
이 정도 수준의 아파트가 당분간은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현대건설이 수주를 위해 전체 공사비(2조6000억원)의 10분의 1에 가까운 2600억원 정도를 무상 특화비용으로 투입해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감재 특화비용이 2500억원 정도로 조합원당 1억1000여만원 꼴입니다. 대규모로 구매해 비용이 시중 가격보다 훨씬 낮겠죠. 시중 가격으로 치면 1억5000만원은 족히 될 것 같네요. 조경특화에 들어가는 90여억원입니다.
 
어떻게 구경 한번 잘 하셨는지요. 
 
'그림의 떡'으로 시기·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위화감마저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화려한 청사진이다 보니 과연 저렇게 지을까 부정적인 생각도 들겠죠.  

'과잉 럭셔리', 고분양가 부추길 수도

'럭셔리 재건축'은 주택시장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건설사와 조합 모두 아파트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고 하는 '명품주택'이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남더힐이나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주택 크기와 가격에서 처음부터 일부 제한된 고급 수요를 대상으로 한 '한정판' 상품인 셈입니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은 고가이긴 해도 일반 주택시장 상품입니다. 재건축이 엄청난 비용을 잡아먹게 되고 조합원들만의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반분양분을 통해 전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로 고분양가를 통해서 말입니다. 재건축 시장은 도미노와 같아서 마감재든 분양가든 파급력이 강합니다. 
 
시공사들이 수주를 위해 비싼 해외 고가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조합 측에서 시공사 선정 때 아예 해외 유명 브랜드를 못 박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강남권 재건축 공사비가 올 들어 3.3㎡당 500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직도 강북 등에는 400만원대 공사도 많습니다. 현대건설의 특화공사비까지 합치면 실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600만원이 넘게 됩니다. 
 
정부가 이 정도면 적당하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제시하는 분양가상한제상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450만~500만원 선입니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 아파트만 하더라도 충분히 살 만합니다. 
 
막대한 사업비를 보전하는 방법은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높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비를 더 들이더라도 그보다 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다면 이익이 됩니다. 일반 상품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급화 전략'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온통 '고급' '브랜드' '명품'이 판치고 있습니다. 수요자의 과시욕구를 건드리는거죠.   
 
정부 규제로 앞으로 금품·향응 제공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건축 수주전이 '럭셔리 경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음 재건축 조합은 더 큰 욕심을 낼 것입니다. 
 
이사비 경쟁이 '특화' 경쟁으로 바뀔 수 있는거죠. 또다른 '돈 전쟁'입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등 아직도 재건축 수주 사업장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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