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전 사각지대'..거주자 62% 대피시설 존재여부 몰라

온라인뉴스팀 2015. 10.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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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온라인뉴스팀 기자]
아파트 '안전 사각지대'‥거주자 62% 대피시설 존재여부 몰라

-고층 아파트는 화재 시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막히면 탈출 불가능

-아파트 유일한 피난 설비 대피공간, 창고로 둔갑하여 유명무실

-현 소방시설법, 피난기구 설치 의무는 10층 이하만, 전층 의무화 시급

-안전처, 아파트 방재안전기준 고층에 맞춰 재정비해야

아파트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공동 주거 형태로 전 국민의 60%가 거주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규 건설 아파트들은 높이가 곧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반영되면서 경쟁적으로 20층~30층 대 이상으로 고층화, 대형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아파트는 과연 안전한 시설일까? 한 설문조사(공동주택화재대피시설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대원리서치)에 의하면 서울시 아파트 입주민 중 62.2%가 자신의 집에 화재에 대비한 대피시설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법, 소방법 상으로 빌딩이나 아파트처럼 일정 규모, 일정 층수 이상의 모든 건축물은 방재 안전을 위하여 ‘지상 층 또는 피난 층까지 통하는 2개소 이상의 직통 계단을 설치’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현행법상으로 이 ‘양방향 피난로’라는 필수 안전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예외 건축물이라는 것을 아는 입주자들은 거의 없다.

현행 건축법은 ‘공동주택 중 특히 「아파트」에 대하여 4층 이상인 층의 각 세대가 2개 이상의 직통 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코니에 인접세대와 공동으로 또는 각 세대별로 대피 공간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즉 아파트는 아무리 크고 높게 지어지더라도 각 세대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은 단 하나만 있으면 되는 예외 규정이 허용되는 건축물로 이것은 ‘발코니 확장’과 함께 우리나라 건설 시장에서 아파트만이 누리는 대표적인 (규제 완화) 혜택이 돼 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의 아파트들이 이제는 5~10층이 아니라, 대부분 20~30층 이상으로 급속히 고층화, 대형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있다.

현행법상 양방향 피난 계단을 대신하는 이 ‘세대 별 대피 공간’ 방식은 1시간 이내의 구조 또는 진화(내화 구조 및 방화문 비차열 1시간 규정)를 전제로 하는 일종의 ‘임시 대피 설비’이나, 2010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화재 사고 이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의 소방고가사다리(43~52m)는 15층 이상의 고층은 사실 상 구조가 어려운 데다 또한 아파트 대피 공간 대부분이 실제 테스트 결과 화재 발생 후 채 30분도 견디지 못하고 실내 온도가 100도 이상이 되거나 유독 가스로 가득 차 버리는 문제점들이 언론에 의해 지적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 대피 공간이 시공 단계에서 벌써 창고나 다용도실처럼 꾸며져 불법 전용이 광범위하게 조장되고 있다 보니 정작 화재가 나도 대피 공간 역할에는 무용지물인 것이 현실이나 이것이 세대 내 공간이다 보니 이를 규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시행된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이 대피 공간 방식에 대한 시장 선호는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부터는 전체 아파트의 80% 이상,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거의 대부분이 자신들의 유일의 방재 피난 설비로 이 ‘세대 별 (임시) 대피 공간’을 선택하고 있다. 눈 앞의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 앞에서,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명과 안전의 가치는 그 최소 기준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 민낯의 한 단면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부처는 국민안전처이다.

국민안전처는 건축법이 주도하고 있는 이 불완전한 ‘아파트 대피 공간’ 정책에 대하여 ‘아파트도 예외없이 양방향 피난로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나 보완에는 여전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안전처의 소방시설법(소방시설 설치유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특정소방대상물(소방법에서 일정 규모, 일정 층 이상의 건물을 부르는 용어) 피난설비’ 항목의 규정에서 ‘피난기구(설비)는 특정소방대상물의 모든 층에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라고 해놓고서도 ‘이의 (의무)설치를 10층 이하’로 한정해 놓음으로써 위험이 더 높은 고층일수록 피난 기구(설비)가 없어지는 형태로 여전히 방치돼있다.

법정 피난 기구(설비)를 규정하고 있는 ‘화재안전기준’(안전처고시) 에는 ‘하향식피난구’처럼 고층 적용 가능한 피난 기구(설비)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것들을 아파트에 적용하기 위한 세부 설치 기준까지도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을 스스로 막아버린 소방시설법 시행령의 ‘11층 이상 고층에 대한 피난 설비 공백’ 조항은, 양방향 피난로 없이 지어진 아파트에서 불이나 이미 현관으로 빠져 나갈 수 없거나 유독 가스로 비상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피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집 안 창고(대피공간)에 들어 앉아 살아남도록 되어있는 처지이다.

안전처는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라는 본연의 목적과 책임감으로 우리 아파트의 방재 안전 기준을 이제 20,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맞춰 시급히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파트 11층 이상’처럼 본의 아니게 안전 피난 공백이 초래되고 있는 취약한 대상 건물들에 대하여는 당장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부터라도 우선적으로 ‘전 층 피난 기구(설비) 설치를 의무화’하여 양방향 피난로를 대체할 수 있는 법정 피난 설비(기구)가 현행 대피공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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