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강남 재건축 '고분양가 경쟁'..개포도 3.3㎡ 4000만원

김수현 기자 2016. 1.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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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조선일보 DB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볼썽사나운 ‘고분양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고급 단지라는 점을 내세우고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인데,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천정부지의 고분양가 경쟁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첫 타자’ 신반포자이…개포 주공3도 3.3㎡당 4000만원 넘길 듯

올해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고분양가 포문을 연 곳은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신반포자이다. 15일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신반포자이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290만원에 책정됐다. 강남권에서 공급된 재건축 단지의 평균 분양가 중 역대 최고가로, 지난해 10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3.3㎡당 4240만원대)보다 약 50만원이 비싸다.

신반포자이를 시작으로 올해 분양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고공행진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올해 6월 분양할 예정인 ‘디에이치 개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장영수 개포주공3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분양까지 시간이 좀 있고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겠지만 3.3㎡당 4000만원 중반 선에서 분양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관리처분인가 당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3800만원에 책정됐다. 불과 약 4개월 만에 3.3㎡당 수백만원을 올려받을 예정인 셈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73가구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올해 3월 공급될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3.3㎡당 4000만원대 분양가 이야기가 나온다. 작년 초 관리처분인가 때 3.3㎡당 분양가는 3600만원으로 정해졌지만 이보다 높은 4000만원 전후에서 평균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기자 세진부동산 대표는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고 시세도 미동이 없지만, 조합원들은 분양가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시장 환경 고려하면 비합리적”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이유는 조합의 수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분양가가 높을수록 조합의 수입이 늘어나,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낮아지거나 환급액이 증가할 수 있다. 강남권이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을 가리지 않고 선호되는 지역인 만큼 ‘비싸도 팔린다’는 조합원들의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강남권에서 분양한 일부 재건축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선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지난해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4257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써밋도 3.3㎡당 4094만원에 공급됐다.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와 대치 SK뷰도 각각 3.3㎡당 3997만원과 3929만원으로, 4000만원에 근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고분양가 경쟁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올해부터 시행되는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최근 부동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개포는 반포와 비교하면 학군 등 입지여건이 다소 처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실제 고분양가로 주목을 받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부는 미분양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청약 당시 각각 12대1과 21대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완판에는 실패했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의 미계약물량은 15% 수준이고,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미계약률도 10% 정도다. 두 아파트 모두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은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격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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