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안정기구 있으나 마나.. 방치하는 정부

김진주 입력 2016. 10. 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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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발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 과열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안정을 논의하는 공식 기구를 4년 넘게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부양 대책을 쏟아내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 시장 안정을 위한 ‘브레이크’는 녹이 슬도록 작동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훈령의 운영지침까지도 무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투기지역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부동심)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소집하지 않았다. 부동심은 기재부 차관 및 국토교통부 차관 등 정부 당연직 6명, 경제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부동산업계 등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회의는 국토부 장관 요청이나 기재부 장관의 직권에 따라 개최된다.

그 동안 정부는 전임 부총리(최경환) 이후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률 제고에만 힘쓴 나머지 시장 안정 기능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당국이 시장안정 기구인 부동심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면 이 같은 태도가 확실히 드러난다. 부동심이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5월인데, 당시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이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왜 부동심을 한 번도 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간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이런 답변은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라는 정부의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과도 배치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집값 상승세가 여러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건 부동산시장 가격 안정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투기지역은 ▦직전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의 130%를 초과하면서 ▦최근 2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상승률의 130%를 초과하거나 ▦지난 1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상승률의 130%를 넘는 곳 중에서 지정되는데, 현재 서울 25개 구 중 16개가 정부의 이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

시장 안정 기능을 수행하는 부동심의 역할을 자의적으로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사실상 4년 이상 이 제도를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심의 역할을 “부동심은 투기지역 지정.해제만 논하는 기구”라고 일축했지만, 실제 기재부 훈령에 따르면 부동심에서는 이 외에도 ‘기타 부동산시장의 가격안정과 관련된 사항’도 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훈령은 관계부처 실무회의를 매월 15일에 열도록 했지만, 담당 실무자조차 “이런 조항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실무회의 역시 2012년 5월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초창기 부동심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대학교수는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고, 정부가 심각하다고 느끼면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며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과열경고 등을 신속히 잡아낼 수 있게 위원회의 역할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지역과 별도로 정부가 쓸 수 있는 또 다른 카드인 투기과열지구를 두고도 늑장 대처 논란이 이어진다. 투기과열지구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지정하는데, 이 또한 2011년 12월 강남 3구의 해제 안건을 끝으로 이와 관련된 안건으로 위원회가 열린 적은 없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주택공급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 등의 지정 기준을 충족한 지 오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스템은 작동 하지 않고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만 작용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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