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괜찮다"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 4년간 논의 전무

오동현 입력 2016. 10. 2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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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 이미 오래전…정부 방관"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된 것으로 치부하면서 사실상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부동심) 소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동심은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해 줄곧 미온적인 입장이다.

부동산 투기지역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부동심은 2012년 5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투기지역 해제를 마지막으로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심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전반적으로 논하는 기구가 아니다. 핵심 기능은 투기지역 지정·해제 안건에 대한 심의"라며 "훈령에 '기타 부동산시장의 가격안정과 관련된 사항'을 논하도록 한 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강남 등 국지적인 이상과열에 대해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조하에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동심을 소집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논의할 계획은 아직까지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간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돼 있었기 때문에 (부동심 소집)안했던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해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시장 과열을 방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급기야 부동산시장 과열을 강남만의 문제인 듯 상황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강남, 부산, 수도권 공공택지의 투기과열은 한두 달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했다"며 "그동안 정부가 아무것도 안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분양권 전매 거래는 강남 재건축시장보다 오히려 세종 등 지방 도시에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은 총 81만 건이다. 이 가운데 12만 건이 분양권 전매 거래량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전매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37%에 달했으며 경남 27.2%, 대구 24.6%, 부산 2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 평균은 25.2%로 전국 평균(15.1%)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오히려 수도권은 서울 7.5%, 인천 11.3%, 경기 12.5%로 나타나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최 부장은 "현재의 투기 광풍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지방 소도시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돈이 될 법한 지역 거점도시 분양시장에서는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으로 수십·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면적인 투기 방지를 위한 전매제한 강화를 시행해야 한다"며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마다 1순위 청약자격 획득이 가능한 현재의 기준을 강화해 '묻지마 청약'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왔다"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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