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손 안대고 코 풀기'.."부동산 진정, 착시일 뿐"

오동현 2016. 10. 25. 05: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분양권에 억대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청약 과열을 부추겼던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정부의 추가 규제 검토 소식에 잠시나마 주춤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일시적인 둔화세"라며 "시장이 진정되는 듯한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분양권 거래(올해 1~9월)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 4구에서만 총 1532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서울 전체 분양권 거래(5084건)의 30.1%에 해당한다.

강남4구에서 신고된 실거래가는 총 1조 4123억 2632만원이다. 여기서 아파트 분양가 총액(1조 3374억 3940만원) 빼면 웃돈으로 총 748억 8692만원이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전매제한이 풀린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에선 1억 8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되면서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를 증명했다. 급기야 서초구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에선 3억 5800만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신반포5차 재건축아파트 '아크로 리버뷰'는 평균 306.6대 1이라는 수도권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 과열은 정부가 내놓은 8.25대책으로 더욱 심화됐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기는커녕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 호재로 작용하면서 과열 현상을 떠받쳤다.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와 묻지마 투자가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 청약 재당첨 금지,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등의 추가 규제 검토 방안을 시장에 흘리면서 과열된 분위기가 사그라지길 기다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 '메스'를 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표면상으론 정부의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풀기' 대책이 어느 정도 적중한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3주차(15~21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올라 상승폭이 둔화됐다. 서초구(0.05%)와 강남구(0.02%)는 소폭 올랐고, 송파구(-0.17%)는 31주 만에 떨어졌다.

하지만 송파구의 경우 정부의 추가 규제 검토에 따른 투자수요 저하라기 보단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층수 제한 문제로 인한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그동안 가팔랐던 상승폭이 한풀 꺾인 것일 뿐 여전히 오름세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매매시장은 정부의 추가 규제 검토 발언 이후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관망하고 있다"면서 "시장 위축 우려감에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는 것일 뿐 투자 수요가 들어갔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일시적인 둔화세는 시장이 진정되는 듯 한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며 "과열된 재건축과 분양시장을 겨냥한 규제 대책 발표 시기를 늦출 경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분위기는 정부 정책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는 불안한 숨고르기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다만 "정부가 추가 규제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내년 말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가 종료되는데다 지금도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상승폭이 커질 모멘텀은 없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안정화 단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년에 공급물량이 많기 때문에 폭락까진 아니더라도 시세 조정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의 경우 1628년부터 시장 조사를 했는데 조정 받고 상승하는 추이를 반복했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몇 년 후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odong8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