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주택시장⑥]로또가 된 청약..투기 악용 개편할까

진희정 기자 입력 2016. 10.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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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제도 변경 후폭풍..아파트에 투기바람 실수요 청약기회 넓힐 수 있도록 가수요 차단책 필요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최근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에도 청약을 넣었어요. 되면 적당히 피(프리미엄·웃돈) 받고, 안되면 다음 단지에 넣어보면 되죠. 남들은 쉽게 된다고 하는데 올해 넣은 곳마다 다 떨어졌습니다."(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주택청약이 '로또'가 됐다. 집이 있는 사람도 1년만 기다리면 1순위 청약자격을 얻게 돼 무주택자와 같은 분양 아파트 청약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주택청약제도 변경후 700만명 수준이던 1순위자가 현재 1100만명을 훌쩍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전매 제한 기간도 단축됐다. 분양권을 팔아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웃돈을 챙길 수 있게 된 것. 지방에선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부산·세종 등 인기 지역에선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1%대의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 부동산 등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인기지역 분양 아파트 청약이 투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높은 전세가 등 분양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외부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수요 위해 개편했지만…투기세력이 악용

1순위 자격 조건 완화 뿐만 아니라 유주택자 감점제도 폐지됐다. 그동안 유주택자는 가점항목 중 무주택기간 항목(32점 만점)에서 0점을 받고 감점까지 받았다.

청약 주택의 면적 변경도 쉬워졌다. 완화전에는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예치금 변경이 가능했지만 청약 주택 규모를 바꾸기 위해 예치금만 올리면 즉시 원하는 규모로 청약이 가능하다.

당초 주택청약제도 변경 자체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주택시장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턱없이 부족한 전세물량이나 월세를 내고 살바에 이참에 내집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를 포함한 실수요자들이 적극 활용해서다.

하지만 완화된 청약제도 변경의 후폭풍으로 분양가격 상승이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가 발생했다. 분양권 시장이 혼탁해 지면서 불법 전매도 보편화 된 것. 심지어 일부 떴다방 업자들은 "바로 매수자를 찾아주겠다"며 일부 인기 단지의 경우 계약금이 없어도 청약을 하라고 부추기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좋은 품질의 아파트 청약에 대거 나선 것은 바람직했지만 거래가 과열되면서 (분양권 시장이) 투기의 장이자 탈세의 온상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1순위 자격 강화 통해 경쟁률 낮추는 효과

일부지역에 대한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강남 3개구는 급냉인 반면 비 강남권 주택시장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수도권에서 분양한 4개 단지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것. 이렇다보니 청약통장 재당첨 제한과 1순위 요건 강화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청약통장 재당첨 금지 방안은 일부 분양시장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분양시장에서 가수요를 차단할 경우 실수요자들의 청약기회를 높일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일부 단지에는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오르는 등 과열현상도 있는데 재당첨을 제한하거나 청약통장의 1순위 요건을 강화할 경우 경쟁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청약 당첨 후에는 단기간에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사실상의 투기 현상"이라며 "1순위 자격 요건 강화와 가점 확대 등 청약 제도 개편을 통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요자, 주택구입 목적의 경우 규제 최소화해야

이 과정에서 실수요의 피해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중도금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신규 분양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어서다.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겠다고 중도금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택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어렵게 준비해 당첨된 아파트를 포기하자니 통장이 아깝고 계약은 하겠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이자가 높은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는 선에서 투기를 억제하는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약통장 거래나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청약 관련 제도를 일부 조정해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해 부실 리스크가 큰 사업자금 마련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되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서민 실수요층에게 가장 중요한 주택구입 자금 마련 방법"이라며 "이를 규제할 경우 주택구입 포기 등으로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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