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라더니.." 알고보니 '근생 빌라' 투자 주의보

정다슬 입력 2016. 12. 9. 05:30 수정 2016. 12. 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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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올해 무단용도변경 521건 적발
주차면적 빠진 만큼 가구수 늘려 건축
사용승인 후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
취득·재산세 주택보다 최고 3배 많고
세입자는 전세자금대출 받기 어려워
"싸다고 무턱대고 계약했다간 큰 코"
△최근 들어 빌라(다세대주택) 중 일부 층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후 이를 주택으로 매매하거나 세를 놓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다세대·연립·단독주택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일대 전경.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빌라(다세대주택)를 사 신혼집을 마련한 S씨. 얼마 전 구청에서 고지서가 날라와 깜짝 놀랐다. 본인이 사는 건물에 싱크대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니 시정하라는 내용이었다. S씨가 부랴부랴 알아보니 이 빌라는 다세대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있는 집합건물로, S씨는 근린생활시설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공인중개사에게 따지자 “자신은 근린생활시설이라고 분명히 알려줬다”며 “덕분에 시세보다 싸게 사지 않았냐”며 항의를 일축했다. 근린생활시설이라고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는 데다가 이에 따른 주의사항 역시 듣지 못한 S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빌라 중 일부 층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후 이를 주택으로 매매하거나 세를 놓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본래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무단 용도변경한 책임은 고스란히 매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 층이라도 더 짓자”…각종 혜택으로 ‘감언이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들어선 한 빌라(다세대주택)의 건축물대장. 건물 1~4층은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지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전입·전출신고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주가 빌라 일부 층을 근린생활시설로 건립 신청하는 것은 최대한 세대 수를 늘려 개발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주차장법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다세대주택 1호당 반드시 설치해야 할 주차대수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시설면적 75㎡당 1대, 전용면적 85㎡ 초과는 시설면적 65㎡당 1대다. 그러나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200㎡당 1대이기 때문에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주차장 면적으로 높은 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준공 후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이를 멋대로 주거용으로 개조해 분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단 용도변경 적발 건수는 2014년 627건에서 지난해 786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10월 말까지 521건이 적발됐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적발 즉시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시세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최대 연 2회씩 위반사항이 개정되지 않는 한 계속 부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발시 위반 시설물을 없애지 않는 한 이행강제금을 계속 내야 하고, 이를 체납할 경우 해당 부동산을 압류당할 수도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사용승인 이후 6개월, 2년마다 단속에 나서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하고 있다”면서도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을 밖에서는 알 수 없고 실내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단속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분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수익형 투자 상품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행강제금을 5년 동안 보장하겠다거나 구청에서 단속에 나올 시기에 맞춰 싱크대(위법시설물)를 빼서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식이다.

◇집주인, 이행강제금 물고 매매에도 불리…세입자, 전세자금대출 받기 어려워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은 주거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세법에서도 불리한 점이 많다. 일반주택은 취득세율이 1.1%인 것에 반해 상업용 건물인 근린생활시설은 매입가의 4.6%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또 일반주택은 일정 기간 이상 소유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근린생활시설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 재산세 역시 주택보다 최대 3배가량 많다.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된 빌라에 세들어 사는 임차인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전용면적 85㎡ 이하 규모의 아파트, 단독·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건축물 대장상 근린생활시설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일부 2금융권에서는 근린생활시설 거주자에게도 전세자금대출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경우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금리가 2배 이상 높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최근 몇년 새 빌라가 많이 공급되면서 매맷값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태생적으로 불법인 빌라 내 근린생활시설는 매매시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향후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당장 싼 가격에 현혹돼 무턱대고 매입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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