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의 겨울나기

김창성 기자 2016. 12. 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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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뗄감은 ‘연탄·가스통’… 개발 확정에도 방식 등 두고 대립 불씨 여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1200여세대의 판잣집이 불규칙하게 배치된 서울시내 마지막 판자촌이다. 빛 바랜 사진처럼 1950~60년대 저개발국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도시 속 외딴 섬마을. 입구부터 길은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널부러진 고물과 쓰레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일상에서 보기 힘들어진 연탄이 이곳에선 여전히 겨울 필수품이다. 지지부진하던 개발계획이 막바지로 치달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생계는 막막하다. 올해도 구룡마을의 겨울은 춥고 길다.


구룡마을은 비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가구가 모여 산다. /사진=김창성 기자

◆길 하나로 나뉜 외딴섬 구룡마을
구룡마을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인 왕복 8차선 양재대로는 두 세상을 가르는 국경이다. 고개만 돌려도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가 있고 눈앞에는 또 다른 고급아파트 래미안 블레스티지 공사가 한창이다. 버스로 10분만 나가도 강남 번화가지만 불과 20여m 남짓한 길을 건너면 이곳이 진정 서울이 맞나 싶은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가스가 보편화된 지 오래지만 구룡마을은 아직도 집집마다 LPG가스로 생활한다. 가스 배달원에 따르면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구룡마을에 가스를 배달하러 온다고.

“마을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길도 험해서 배달하기 너무 힘드네요.”

그의 말처럼 구룡마을은 흙길과 시멘트길이 뒤범벅돼 울퉁불퉁하다. 다 태운 연탄이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였고 녹슨 고물은 여기저기 방치됐다. 곳곳에 설치된 간이 소화전은 구룡마을이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대변한다.

동네에 흔한 뛰노는 아이들 모습도 볼 수 없다. 30년 넘게 이곳에 산 60대 이상 연령층과 거동이 불편한 팔순 노인들만 마을을 지킨다.

거뭇한 빛깔을 내며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겨울 강풍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나무판자로 덧댄 어느 작은 집은 외벽을 단열재로 칭칭 감아 추운 겨울을 준비했다.

구룡마을은 전체적으로 생기없이 적막감이 감돌았다. 마을 곳곳에 개발계획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었지만 주민들은 먼 나라 얘기라며 애써 외면한다.

◆마을 개발 속도… 주민들은 걱정 태산

“여기 곧 개발된다고 하는데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요?”

“엎어진 게 한두번이 아니라 기대도 안 해요. 그냥 생계만 유지됐으면 합니다.”

연탄재를 버리러 나온 주민 A씨는 마을이 개발돼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고 한숨지었다. 무허가 판자촌 딱지를 떼고 정식으로 거주지 등록이 된 지 5년 남짓, 그는 그동안 이곳에서의 삶이 지옥 같았다고 회상한다.

“보시다시피 제대로 된 집이 아니라 겨울철 조그만 연탄 불씨에도 다 타버려요. 여름 장마철에는 물에 잠기고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도 많죠. 30년을 어떻게 살았나 싶어요.”

A씨는 개발계획이 확정돼도 주민들 생계 등 세부적으로 협의할 사항이 많아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서울시나 강남구청과 마찰도 많았고 이제 다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서 또 다른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구룡마을 개발 추진은 그간 수차례 무산됐다. 인근 시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구룡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동네 사는 엄마들은 교육열이나 집값 흐름 등 자존심이 굉장하지 않냐”며 “개포동 안에 구룡마을이 있는 것 자체를 못마땅히 여긴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타워팰리스는 1Km 정도 떨어졌지만 이제는 바로 앞에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들어선다”며 “구룡마을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입주민이나 투자자들 입김에 공무원들도 상당히 피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탄재와 쓰레기 더미가 뒤엉긴 구룡마을 뒤로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사진=김창성 기자

◆“끝까지 마을주민 권리 주장할 것”

구룡마을은 70~80년대 정부의 도시개발사업에 떠밀려 생활터전을 잃은 이들이 모여 집단촌락을 형성하며 생겼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개최 관련 건설사업으로 발생된 철거민까지 모여들며 현재의 1200여가구 25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 됐다.

그동안 서울시·강남구청·구룡마을 주민들은 개발 방향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다 최근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지난달 1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구룡마을을 15~35층 주상복합·아파트 2692가구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수정가결시켰다.

하지만 구룡마을 일부 주민은 아직도 반신반의한다. 세부적인 개발계획 방향에 따라 주민들 생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구룡마을 거주민 몫으로 분양물량이 돌아가면 안된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30년 넘게 시·구·사유지를 무단 점거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지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현 구룡마을 거주민에게 특별공급을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노춘석 구룡마을 자치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정부가 힘없는 우리를 여기로 내몰지 않았냐”며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개발계획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는 주민들 생계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이 만든 법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상황에 따라 고칠 수도 있지 않냐고 서울시에 따져 물었다”며 “주민들의 생계와 권리 보장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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