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3만→2062만.. 뚝뚝 떨어지는 생산인구

안준용·양모듬·이길성 기자 입력 2016. 12. 9. 09:21 수정 2016. 12. 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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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쇼크] 2020년부터 매년 30만명 감소

8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추계에서 대한민국은 고령 인구(65세 이상)가 빠르게 늘어나고, 반대로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젊은 층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가 늘어나 사회 전반이 활력을 잃어갈 전망이다.

◇생산 가능 인구 급감 "경제 기반 무너져"

통계청 추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생산 가능 인구다. 미래의 생산력, 성장력을 점쳐볼 수 있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3744만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73.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어 2065년(2062만명)엔 그 비중이 OECD에서 가장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763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하는 생산 가능 인구는 10년 후인 2025년엔 168만명 줄어들어 3576만명이 된다. 2035년까지는 576만명 줄고(3168만명), 2045년까지 30년간은 총 972만명이 감소한다(2772만명). 합계 출산율 등을 고려할 때 일본보다 생산 인구 감소 폭이 훨씬 클 전망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모두가 가난해진다는 뜻"이라며 "우리 사회와 경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 경제 활동의 양이 줄어들어 GDP(경제 규모)가 감소한다. 소비·투자·저축이 감소하고, 이것이 세수(稅收)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라 살림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일하는 젊은이들이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갈수록 버거워진다.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는 2015년 기준으로 17.5명이다. 하지만 10년 후인 2025년에는 29.4명으로 늘어나고, 2035년에는 47.9명이 된다. 50년 후인 2065년이 되면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88.6명의 고령층을 먹여 살리는 부담을 지게 된다. 결국 각종 연금의 경우,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연금 수령자만 늘어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현재로서 2058년이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년 뒤엔 인구 반 토막

통계청은 이번에 처음으로 100년 뒤인 2115년까지 추계를 발표했다. 연금 등 중장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100년 뒤 모습은 충격적이다. 2115년 인구는 2015년의 절반, 1960년 수준인 2582만명이다. 생산 가능 인구는 2015년의 3분의 1인 1243만명에 불과하다.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유소년(0~14세)·고령 인구가 108명이다.

당장 내년 고령 인구만 해도 708만명으로, 처음 유소년 인구(675만명)를 추월한다. 하지만 연간 3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 전망은 5년 전보다 더 암울해졌다. 2011년 추계 당시 2030년 합계 출산율을 1.41명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번 추계에선 1.3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인구 절벽 대비해 연금 개혁 서둘러야"

인구 추계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모습은 매번 달랐다. 인구가 정점을 찍는 시점은 2023년(2001년 추계)→2018년(2006년 추계)→2030년(2011년 추계)→2031년(2016년 추계)으로 5년마다 크게 변했다. 인구 최대 규모도 지난 추계 당시 5216만명(2030년)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엔 5296만명(2031년)이라고 정정했다. 이는 출산, 사망, 국제 이동 등 전망 근거가 되는 변수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숫자가 맞느냐 여부보다는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구 추계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등으로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인구 절벽'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용옥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금제도 등을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구 절벽과 경제 성장

청장년층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두렵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이 활력을 잃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이 부양해야 할 인구의 비중은 높아진다. 청장년층은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연령층이다. 그래서 이들의 비중이 줄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뿐만 아니라 투자·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악영향을 받게 된다. 내수가 줄고 생산 활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성장 잠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이 인구구조 때문에 매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얼마나 줄어들게 되는지를 계산한 결과를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구구조 때문에 성장이 저해된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0.6%포인트씩 인구로 인한 직접적 감소 요인이 발생하고,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 추세가 계속된다. 기술 수준이나 자본 축적 수준에 변화가 없다면 평균적으로 생활수준이 매년 하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 혁신이나 자본 축적을 통해서 이를 상쇄하면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엔 순풍이었던 인구구조가 역풍으로 바뀌게 되면 똑같은 노력을 해도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조직이 고령화되면서 기업들의 혁신성이 감소하고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도 또 다른 역풍이 된다. ▶기사 더보기

심각한 저출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11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9월 출생아 수는 3만43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달 대비 5.8% 감소한 수치로 2000년(9월 기준) 이후 최저치다. 올해 1∼9월 누적 출생아 수는 31만7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 역대 가장 적었다. 3분기(7∼9월)로 보면 10만2200명이 태어나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든 사상 최소치다.

연간 출생아 숫자는 40만명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간 혼인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래 처음으로 30만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사 더보기

◇저출산도 골든타임 놓치면 끝

저출산 정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성공하려면 적절한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젊은이 2~3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는 출산 장려 정책을 확대하려고 해도 재정 자금이 이미 바닥나서 더 이상 손을 써보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설령 그때 가서 빚을 내서라도 뒤늦게 출산율을 올린다고 해도 나라 경제는 상당 기간 노인과 어린이를 동시에 부양하느라 재정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이 모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하루라도 더 늦기 전에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중국 생산인구도 2억명 이상 급감

전세계서 가장 빠른 감소세… 인도는 1억명 늘어날 듯

생산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또한 심각하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16~59세)는 오는 2050년까지 무려 2억1200만명이나 감소할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세계 5대 인구 대국 브라질의 현재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최근 발표한 중국 인구 보고서에서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3억8000만명 늘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농촌을 떠나 제조업 노동자로 흡수됐다"고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이들 덕분에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제조업 왕국으로 일어섰다는 것이다.

BAML은 그러나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2050년까지 전체 인구는 지금보다 6000만명 줄어드는 반면 생산 가능 인구는 2억1200만명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의 총인구 13억7000만명 중 생산 가능 인구는 9억1100만명. 2050년에는 이들이 7억명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 매쿼리도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매쿼리가 2015~2025년 세계 각 지역의 생산 가능 인구 증감을 예측한 결과 중국은 2900만명이 감소해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인도는 생산 가능 인구가 1억명이 늘 것으로 전망돼 중국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중국에서 생산 가능 인구는 빠르게 주는 반면 노령 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5년 이미 일본의 전체 인구(1억2709만명)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일본과 이집트의 인구 합계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2050년에는 일본·독일·이집트·호주의 전체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3억488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현재보다 훨씬 적은 생산 가능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고령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일본형 고령화 딜레마'를 겪게 될 것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보도했다.

세계에서는 지금 '인구쟁탈전'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고 인구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이민'이 제시되고 있다. 이민 정책을 수정하고, 외국의 고급인력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가파른 인구 감소를 겪던 유럽연합(EU), 그중에서도 영국 등에 동유럽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인구정책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외국인 이민에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히는 일본도 인구절벽을 못 이기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월 "이민허용에 둔감했던 일본이 최근 울상을 지으며 조금씩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은퇴 인구가 급증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이민 허용 건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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