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있는 전세? 볼리비아·인도에도 있다

김희준 기자 2016. 12.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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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화두로 재부상하는 전세
서양 전세 '안티크레시스' 볼리비아서 성황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세계 유일의 임대제도로 알려졌던 전세(傳貰)가 인도와 볼리비아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볼리비아에선 전세임대계약시 전세보증금이 자동으로 보호돼 국내 전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전세는 아파트 등 부동산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보증금을 맡기고 그 부동산을 일정 기간 동안 빌려 쓰는 일이다. 월세와 달리 부동산을 돌려줄 때는 맡긴 돈의 전액을 돌려받는다.

1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부동산시장의 화두로 이같은 전세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간 월세 확대를 지원했던 저금리 기조가 끝나는데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공급과잉 조짐을 보이면서 전세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부동산 시장 화두로 재부상하는 전세 실제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는 36만9709가구, 내후년에는 40만9729가구다. 이 경우 내년 입주를 맞는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몰린 지방이나 분양물량이 몰렸던 택지개발이 활발했던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확산된다. 임차수요를 보고 집을 샀는데 세입자가 없다면 자금융통이 원활치 않아 급매물이 늘고 집값이나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전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유제도로 알려졌다. 고려사엔 고려시대에 이미 전세제도의 전신인 전당이 실시됐다는 기록이 있다. 전당이 채권자들이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담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세제도는 시작부터 금융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현대 전세의 기원은 가족에 대한 전당, 즉 가사전당이 나타난 조선 후기다. 이후 1958년 제정된 민법 303조 1항에서 전세권을 제도화했다.

하지만 최근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선 우리나라 전세와 거의 동일한 계약형태가 기원전 15세기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된 전세는 안티크레시스(antichresis)라고 불리며 부동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후 바빌로니아법에서도 안티크레시스가 발견되는데 이 때는 모기지 저당이 포함된 형태로 발전했다.

근대법에서 서양의 전세는 1804년에 제정된 나폴레옹법에 재등장한다. 나폴레옹법은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쳐 남아메리카 지역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때 안티크레시스 전세제도도 함께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제공) © News1

◇서양 전세 '안티크레시스' 볼리비아서 성황 현재 법률상 전세제도는 Δ한국 Δ스페인 Δ프랑스 Δ미국 Δ아르헨티나Δ볼리비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세제도가 존재하는 국가는 한국과 볼리비아, 인도 등 3개국 뿐이다.

인도의 전세의 경우 극소수 지역에서 특수하게 나타난다. 2~3년간 정해진 목돈을 지불하고 계약이 만료되면 임대인은 이자 없이 원금만 지불한다. 만약 임대인이 계약 만료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집은 임차인에게 양도된다.

가장 주목할 전세제도는 볼리비아에서 발견된다. 볼리비아 전세는 우리나라의 전세구조와 거의 동일하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25~40% 정도로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5%가 전세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전세가 인기있는 이유는 부동산 소유자가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받기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월세가 낮아서 전세에 비해 매력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전세제도면에선 우리나라보다 긍정적인 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내에선 올해까지 저금리기조로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제도를 갈아타는 가구가 많았다면 볼리비아에선 주택소유자가 늘면서 전세와 월세임대가 같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실제 2001년 볼리비아의 전세가구는 전체가구의 5.1%였지만 2012년엔 1.6% 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가구는 16.5%에서 15.9%로 감소했다. 반면 자가주택자는 66.8%에서 70%로 증가해 주택소유가 전월세 임대를 줄였다는 평가다.

볼리비아의 전세는 계약시 부동산등록부에 의무적으로 기록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바로 보증금이 보호된다. 또 계약만료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소유권이 자동으로 넘어가 매우 안전한 임대차계약으로 인식된다.

한 전문가는 "주택소유의 증가로 전세가 줄어드는 볼리비아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전세의 소멸가능성과 그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볼리비아의 전세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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