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대란 재연되나]'2008 어게인' 재연 가능성 낮은 세가지 근거

주상돈 2017.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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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6만8000가구 입주…물량 자체는 '입주폭탄' 수준
다만 여전히 금리 낮고·1인가구 늘어…입주대란 가능성 낮아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36만7647가구. 올해 예정된 입주 예정 물량이다. 일산과 분당 중동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대규모 입주가 몰렸던 1999년(36만9544가구) 이후 최대치다. 작년 29만2137가구보다도 7만533가구(3.8%)가 더 많다. 단연 물량만 본다면 '입주폭탄' 수준이다. 우려대로 폭탄이 터진다면 건설사는 물론 수요자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전세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금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의 경우 자금마련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분양자가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까지 있어서 건설사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타난 2008년 수준의 입주대란 가능성은 적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다. 한국은행도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가 소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한은은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진단을 내리는 걸까.

첫번째 근거는 2008년과는 다른 금리다. 작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잣대가 되는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로,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2008년 당시 기준금리는 연 3.00~5.25%로 최대 4배 이상 높았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차이도 크게 차이가 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3%대 초반이지만, 2008년의 경우 7%후반대였다.

1인가구와 고령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입주대란 우려를 낮추는 또 다른 근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가구 비율은 27.1%로, 4인가구를 앞지른 상태다. 1인 가구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율은 2050년 35%까지 오를 전망이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인구성장률은 감소하지만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2035년까지 가구수는 계속 늘어난다"며 "또 고령인구 증가는 주택 수요 감소가 아닌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정공백 등으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2008년 처럼 집값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점도 입주대란 우려를 줄이는 요인이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집값이 전년보다 0.2% 줄어든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역시 주택경기가 최근 수년간 좋았던 것에 비해 둔화하겠지만 집값의 급속한 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글로벌금융위기에 시달리던 2008년과는 다르다"며 "심각한 대외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시와 같은 입주대란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입주대란이 전국적으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지역별로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서울의 올해 입주량은 2만5812가구로 2009~2016년 평균(2만8741)가구보다 10.2%(2929가구) 적다. 다만 같은 기간 대비 세종은 147.0%, 경남은 135.6%, 경북은 115.3%, 충남 98.1%, 대구 77.4%, 경기는 56.2% 늘어난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입주 총량으로 보기보다는 지역별 수급 상황을 따져 봐야하고 올해와 내년을 함께 봐야한다"며 "대구의 경우 올해 2만2000여가구로 많지만 내년엔 1만3000가구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올해가 고비"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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