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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집주인, 새학기 자취방 찾아나선 학생들에 '年貰' 등 갑질]
2월에 1년으로 임차 계약해도 "12월에는 비워줘야 한다" 강요
야간에 여학생 방 불쑥 들어와 "곰팡이 생겼으니 도배비 내라"
법률지식 부족한 점 악용, 집 수리비 등 부당한 요구

삼수 끝에 올해 전북에 있는 한 대학교에 합격한 김모(21)씨는 2월 초 자취방을 구하러 대학 근처 부동산에 갔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공인중개사가 "이 일대는 1년치 월세와 관리비를 일시불로 내는 '연세(年貰)' 계약을 하는 방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중개사는 또 "2월에 1년짜리를 계약해도 다음 해에 재계약을 하지 않을 거면 12월에 나가는 게 이 일대 관행이다"고도 했다. 1월은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집을 구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미리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동행했던 김씨의 아버지(53)는 "연말에 집을 비우면 실제 11개월밖에 안 사는 것인데 월세와 관리비는 12개월치 550만원을 일시불로 내라고 하더라"며 "일대 원룸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과 부모들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등록금 내기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이런 횡포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자취방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방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이 집주인들의 '갑(甲)질'로 피해를 보고 있다.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방을 빼야 하는 불공정한 계약이 횡행하는 것이다. 또 임대차 관련 법률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집 수리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일 경우 세입자는 2년 미만의 계약을 했더라도 자동으로 최대 2년까지 살 수 있도록 보장을 받는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2년까지는 임차인 의사가 우선인 것이다. 그러나 본지가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와 전북 익산 원광대 주변 원룸 20곳에 문의했더니 17곳은 '재계약 안 할 시 1~2월 거주는 집주인과 협의' '2학기 계약 안 할 시 6월 말에 방 빼야 함' 같은 조건을 걸고 있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방은 자취방 공급이 서울보다 적은 데다 부동산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집주인과 학생들이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잘 모르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계약 기간뿐 아니라 집주인과의 관계에서도 대학생들은 '힘없는 을(乙)'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대학생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이모(여·23)씨는 "집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들은 며칠 뒤 저녁에 귀가했더니 가구들이 집 밖에 나와 있고 모든 식기가 냉장고 위에 올려져 있더라"며 "집주인에게 전화했더니 '방이 깨끗해야 사람들이 계약을 하기 때문에 내가 청소를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울의 대학생 박모(여·23)씨는 "밤에 집주인이 한 남자와 함께 다짜고짜 들어와서는 '문을 열고 살지 않아 곰팡이가 생겼다'며 도배 비용과 수리 비용을 요구하더라"며 "한밤중이라 너무 무서워서 주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세입자가 집을 보여줄 의무는 없다. 또 집주인이 무단으로 집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이런 규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권리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기간 중 퇴거 등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세입자는 서울·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상담을 받거나 임대인과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곽정훈 변호사는 "부동산 임대차는 관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집주인은 임대차 경험이 많고 대학생들은 처음 해보는 것이다 보니 집주인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라며 "대학생들에게 세입자의 권리들을 알려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독자 '김민석'씨의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독자들의 제보·의견을 적극 기사화하겠습니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02-724-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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