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투자는 상투?..해외로 가는 큰손들

온혜선 기자 2017. 3. 27. 06: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큰손’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글로벌 부동산 가격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촉발제가 됐다.

과거엔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주축이었지만, 최근에는 증권사와 보험사까지 가세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이 체결돼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도심의 오피스 빌딩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증권사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충족시킨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말 독일 뒤셀도르프의 랜드마크 건물인 보다폰(Vodafone) 본사 빌딩 매각 입찰에서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자규모는 약 3500억원. 총 3개 건물로 이뤄진 보다폰 본사 건물은 2012년 말 완공됐으며 보다폰과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이 체결돼 있다.

NH투자증권은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그룹이 본사로 사용할 오피스빌딩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가격은 9000억원 선으로,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빌딩은 프랑스 파리 북부 오피스 복합단지 ‘에코웨스트’에 있는 8층짜리 2개 건물로, 올해 2분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로레알그룹은 이 건물을 10년 이상 장기 임차해 본사로 쓸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지난 1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오피스빌딩 ‘스퀘어 디 뮤즈8’을 약 2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건물은 유럽연합(EU) 의회가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10월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독일 본에 있는 도이치텔레콤 글로벌 본사 사옥을 약 2640억원에 사들였다. 도이치텔레콤은 2031년까지 사무실을 빌리는 임차 계약을 맺고 이 건물에 입주해 있다.

보험사들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금리는 낮지만 안정적인 장기 국채에 주로 투자했는데, 저금리로 마진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된 대출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원월드파이낸스센터 빌딩을 담보로 발행한 선순위 대출채권 5억5000만달러어치를 다른 국내 기관들과 함께 올해 1월 매입했다.

도이치텔레콤 본사 건물./도이치텔레콤 제공

삼성생명·KB손해보험·KDB생명 등 보험사들은 올해 초 뉴욕의 고급 오피스빌딩인 ‘485렉싱턴애비뉴’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빌딩을 담보로 발행한 중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펀드에 돈을 넣는 간접투자다.

국민연금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 인근에 신축 중인 ‘원 밴더빌트’ 빌딩에 5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27%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난 미 달러화 강세가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오르면 해외 부동산 투자를 통해 얻는 이익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도 해외 부동산 매입의 계기가 됐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레버리지(대출) 비용이 늘어나 부동산 투자에 악재가 된다고 보지만, 이보다 달러 강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보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계산이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우량 오피스 빌딩 가격은 급등했다. 작년부터 오피스 공급 물량이 쏟아진 뒤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국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하락 중이다. 국내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기관 투자자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의 뭉칫돈이 국내 부동산 대신 해외로 몰리는 흐름이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국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 결국 대체 투자 자산을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5~6년이 지나면 운영자산이 1000조원이 넘어가 해외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와 다르게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정책을 통한 달러 약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