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청년 전세임대주택.."지원한도 턱도 없고, 집주인도 꺼려"

온혜선 기자 2017. 3.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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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은혜(22)씨는 올해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청년 전세임대주택 세입자로 선정됐다.

저금리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청년 전세임대주택 대상자가 조건에 맞는 전세 물건을 찾아도 집주인들 계약을 꺼린다는 것도 문제다.

간단히 말하면 LH가 지원한 전세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집주인들이 청년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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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은혜(22)씨는 올해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청년 전세임대주택 세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청년 전세임대주택에 지원되는 전세금 8000만원으로는 박씨가 다니는 대학교 근처에서 전세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박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80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며 “직접 부동산을 여러 곳 돌아다녀 봤지만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개강 후에도 조건에 맞는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한 박씨는 결국 청년 전세임대주택 혜택을 포기하고, 학교 근처에 있는 보증금이 싼 월세방을 계약했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청년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정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한 조건에 맞는 전세임대주택을 찾기가 어려워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자가 살고 싶은 전셋집을 찾으면 LH가 집주인과 계약한 뒤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문제는 대학가 인근에서 LH가 지원하는 전세 보증금에 맞는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LH는 현재 청년 전세임대주택 대상자에게 1가구당 최대 8000만원의 보증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전세 물건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가 몰려 있는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일대에서 전용면적 16.5~23.1㎡짜리 원룸 전세 보증금은 8000만~9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홍익대가 있는 마포구 서교동은 전용면적 23.1㎡짜리 원룸 전세 보증금이 1억~1억 2000만원 선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전용면적 33㎡ 신축 원룸도 보증금이 1억 6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학가 인근에서는 전세 물건이 매우 귀한 편이라 발품을 팔아도 원하는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저금리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몰리는 대학가의 경우 반지하나 옥탑방 전세조차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청년 전세임대주택 대상자가 조건에 맞는 전세 물건을 찾아도 집주인들 계약을 꺼린다는 것도 문제다.

LH는 임대차 계약 전에 전세임대물건에 대해 권리분석을 한다. 권리분석이란 해당 주택에 융자가 얼마나 있는지, 집주인이 부도를 낼 위험은 없는지, 부도가 났을 때 전세금을 돌려 받는 순위는 몇 순위인지 등을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LH가 지원한 전세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집주인들이 청년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피한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대학가 인근이 아닌 외곽으로 나가면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찾을 수 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권리분석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대출이 많은 깡통주택의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LH가 지원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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