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특수학교'..여전히 높은 장애인 편견의 벽

임경아 2017. 4.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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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뉴스] ◀ 앵커 ▶

오늘은 서른일곱 번째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동안 장애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차별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편견은 여전한 것 같은데요.

수요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라는 특수학교 문제도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이 문제를 취재한 임경아 기자와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얼마 전 교육부에서 좀 뜬금없다고 해야 될까요, 부처 성격과 맞지 않게 집값 관련 보도자료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이게 특수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라면서요?

◀ 기자 ▶

맞습니다.

전국에 있는 특수학교 수를 다 정리해봤다는 건데요, 그랬더니 일부의 우려처럼 주변 집값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는 겁니다.

CG 한번 보실까요.

특수학교 1킬로미터 안에 있는 지역과 1~2킬로미터까지 떨어져 있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비교해 봤다고 합니다.

교육부에서 비교해본 결과, 아파트 가격을 검증할 수 있는 12개 지역 중 11곳에서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았고요.

가격 차이가 난 한 곳, 대구는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교육부에서 돈까지 들여가면서 이런 조사를 한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래도 특수학교가 들어설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이러한 조사를 했던 거겠죠?

◀ 기자 ▶

맞습니다.

일단 서울의 경우 땅 구하기가 참 어렵고요, 어렵게 부지를 구한다고 해도 주민들 반발로 무산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15년 전 경운학교가 지어진 이후 특수학교가 지금까지 한 곳도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갈등이 빚어지는 곳도 있는데요.

강서구에 있는 옛 공진초등학교 터입니다.

학생 수가 줄면서 3년 전 학교는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지금은 이렇게 명패도 없고 녹슬어 있을 만큼 방치돼 있는 상태입니다.

땅 주인인 서울시교육청이 이곳에 지적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하고 행정절차까지 모두 마쳤는데, 아직 주민들 반발이 여전합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학교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인데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죠, 아파트가 특수학교를 반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주민 한 분을 만나 얘기 들어봤습니다.

[지역 주민] "(특수학교가) 위해시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 기존 시설도 많은데 또 여기에 또 그걸 하냐. 형평성에 안 맞는다고 사람들이 생각을 한다는 거죠."

◀ 앵커 ▶

지금 이 현수막을 잠깐 보니까 한방병원 얘기가 있던데, 그러니까 특수학교를 짓지 말고 이 자리에다 병원을 대신 지으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인 거죠?

◀ 기자 ▶

강서구 지역이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유적지이기도 한데요.

주민들은 이런 지역 특색에 맞춰서 국립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도 이미 약속을 했다라고도 얘기를 하는데요.

또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 한 곳이 있으니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서구에 특수학교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원이 꽉 찬 상태입니다.

그렇다 보니 장애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먼 데 있는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이런 상황, 강서구뿐만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통학시간을 나타낸 그래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비장애 학생의 경우 10명 중 8명 가까이가 30분 이내에 다닐 수 있는 근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장애 학생들의 경우 근거리 통학 비율이 오히려 더 적어서 둘 중에 1명이 채 안 됩니다.

바꿔서 장거리 통학 한번 볼까요?

1시간 넘게 가야 하는 비율 역시 일반 학생은 3.4%인데 비해 장애 학생은 11.7%로 오히려 3배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몸이 더 불편한 학생들이 배려를 받기는커녕 더 힘들게 통학을 해야 하는 거군요.

◀ 기자 ▶

맞습니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속이 탄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이은자/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저희가 먼저 죽고 저희 아이들만 남겨졌을 때도 지역에서 주민들이랑 살아야 하니까 '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좀 바라봐 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앵커 ▶

저 엄마의 얼굴이 지금 눈에 계속 보이는데, 정말 안타까운 얘기인데 장애인의 날이 생긴 지 지금 40년이 다 돼가는데 편견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마 모든 지역이 다 저런 건 아니겠죠?

◀ 기자 ▶

서울에서도 집값이 비싸다는 강남에 있는 밀알학교, 특수학교를 제가 다녀왔습니다.

보시기 전에 96년도 저희 뉴스데스크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1996년 뉴스데스크 리포트]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는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겁니다."

[당시 주민 인터뷰] "장애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 당시 여기가 국민학교로 명시가 돼 있었기 때문에…"

◀ 기자 ▶

경찰이 출동하고 굴착기가 멈춰야 할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결국 법정까지 가야 했는데요.

그런데 20여 년 전 이 갈등의 현장,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 리포트 ▶

유치원부터 대학 과정까지 지적장애 학생 200여 명이 공부하는 밀알학교입니다.

미술관과 콘서트홀에서는 무료전시와 공연이 열리고요.

마치 잘 지은 문화센터 같은 모습이죠.

카페는 주민과 인근 직장인도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습니다.

설립 문제를 놓고 갈등과 상처가 컸던 지역주민과 학교 관계자 지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장미아] "가까이에서 많이 돈 안 들이고 우리 지역 사회에 이런 시설이 있으니까 정말 더 좋구나…"

[김용한/밀알학교 교감] "장애 가진 부모님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여기 와서 같이 봉사하고 감사하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 기자 ▶

주민들이 장애인과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을 거둬들이면, 이렇게 선호시설로 바뀔 수 있다는 점 직접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주민들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기 위해서 지역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이런 걸 인센티브로 교육당국이 내놓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임경아 기자, 취재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임경아기자 (iamher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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