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르포] 밤샘 열기도 청약 거품?.."프리미엄 안 붙으면 계약 취소"

이상빈 기자 2017. 4.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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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도 안 붙는다는데, 계약해서 신경 쓰느니 그냥 빠지는 게 나을 것 같아, 여보.”

청약 당첨자 계약이 시작된 2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견본주택 앞에 계약하려는 대기자들과 분양권을 사려는 투자자, 중개업자들이 모여 있다. /이상빈 기자

수백미터 청약 줄이 늘어설 때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오피스텔 청약 광풍(狂風)이었다. 견본주택마다 주말이면 몇만명씩 몰리기는 기본이다. 지난 주말 강남 대치동 ‘대치3차 아이파크 오피스텔’ 견본주택에는 2만5000명이 몰렸고, 지난 18일 문을 열었던 수원 광교신도시에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오피스텔 견본주택은 ‘밤샘 청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을 앞두고 청약 시장은 냉정했다. 높은 청약 경쟁률에 걸었던 기대만큼 프리미엄이 붙지 않자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과, 몇 백만원이라도 웃돈을 붙여 서둘러 분양권을 팔려는 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1일과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마련된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오피스텔 견본주택. 746가구 모집에 6만4749명이 몰리며 평균 청약경쟁률 86.79대 1을 기록한 이 현장에는 계약하려는 청약 당첨자와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 그리고 이들을 중개하려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과 중개업자들 수십여명이 장사진을 쳤다.

모델하우스 건너편 카페와 패스트푸드점도 분양권 매매자들과 중개업자들로 가득 찼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정보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프리미엄 때문인지,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일부 계약자들은 “밤새 청약이 계속될 정도로 청약 경쟁이 치열해 프리미엄도 꽤 높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웃돈이 얼마 붙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오피스텔 평면도 및 층별 예상 조망. 아래쪽이 호수 방향으로, 호수에 가장 가까운 102동의 웃돈이 가장 높게 형성됐다. 그중에서도 84A타입(노란색)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컸다. /이상빈 기자

101동과 102동, 103동으로 구성된 광교 꿈에그린 오피스텔은 호숫가 바로 앞에 들어서는 102동 3∙4라인의 고층부에 최대 20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나머지 분양권에 붙은 웃돈은 100만~5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광교 꿈에그린은 광교 호수공원을 직접 바라볼 수 있다는 입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애초 높은 프리미엄이 기대됐다. 하지만 102동을 제외하면 나머지 라인은 조망이 일부 가려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거래자들 사이에 암묵적인 가격대가 생겨났다.

부동산 중개사의 실수로 103동 분양권을 102동인줄 알고 찾아온 매수자가 성을 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매수자는 “102동인 줄 알고 왔는데, 103동이면 누가 그 가격에 사느나”며 “500만원도 많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당첨자 일행은 “우리도 103동에 당첨됐는데, 100만원에라도 팔아달라”며 중개인을 쫓아가기도 했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 계약하기 부담스럽다는 당첨자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에서 온 김미지(가명∙45)씨는 “광교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인근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4억원대인데 여긴 6억원 안팎이라 나중에 가격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계약이 고민된다”고 했다.

‘분양권 야시장’까지 열렸던 평택 등지에서 온 떴다방들도 있었다. 평택 고덕지구에서 왔다는 한 떴다방 업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프리미엄이 붙지 않아 업자들도 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견본주택과 가까운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인근의 한 상가. 광교 청약 열기 때문인지 가게 하나를 빼면 다 공인중개업소로 채워져 있다 ./이상빈 기자

일산에서 왔다는 이중규(가명, 58)씨는 “가격이 더 오를 줄 알고 어제 안 팔고 오늘 팔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팔 걸 그랬다”고 말했다. 견본주택 인근 E공인중개사무실에서는 중개인이 한 손님에게 계약 기록을 보여주고 “102동 20~30층대가 2100만원~2250만원 정도에 팔렸다”며 상담을 진행하던 중 그 뒤에 기다리던 매도 희망자는 “차라리 내 것을 300만원에 사라”고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면 미분양 물건을 연결해 주겠다”며 “시세차익을 노렸다가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실망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1·3 대책으로 서울 강남권, 수도권 인기 지역이 전매제한에 묶이면서, 갈 곳 없는 투기 자본들이 전매제한이 없는 오피스텔에 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에 청약 거품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팀장은 “광교의 경우 경기도청사 이전과 택지개발, 신분당선 연장 등 호재가 많아 입지 여건이 좋지만, 아파트에 걸린 청약 제한 때문에 생긴 ‘풍선효과’로 청약 경쟁률에 거품이 낀 것일 수 있다”며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의 이면을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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