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큰손' 공유 사무실, 건물주가 모셔가는 사연은

온혜선 기자 입력 2017. 4.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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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피스 빌딩 시장이 높은 공실률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공유 사무실 기업을 유치하려는 건물주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강남 포스코사거리에 위치한 엔씨타워2 전경/다음 로드뷰 캡처

공유 사무실 기업들은 건물 전체 또는 몇 개 층을 빌린 뒤 이를 여러 개로 나누어 소규모 기업이나 1인 창업자를 상대로 재임대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우량 임차인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공유 사무실 기업을 유치하면 공실 우려 없이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유 사무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싼 임차료로 공간을 빌릴 수 있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건물주와 공유 사무실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엔씨타워2’를 매입하면서 국내 공유 사무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의 엔씨타워2는 작년 말까지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이 2층부터 19층까지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올해 초 쿠팡이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입주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은 작년 12월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일송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글로벌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와 15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일송빌딩에 들어서는 점포는 서울 강남역 홍우빌딩과 을지로 대신증권 사옥에 이은 3호점이다. KTB자산운용은 장기 임차인을 확보한 것을 내세워 기관 투자자를 순조롭게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는 올해 초에도 서울 을지로에 있는 대신파이낸스센터 7~16층에 2호점을 열었다. 위워크는 건물이 완공되기 수개월 전인 작년 하반기에 이미 입주를 결정했다.

위워크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임차면적과 임차료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주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가장 임차료가 비싼 건물로 알려진 파르나스타워에는 글로벌 공유 사무실 기업 ‘CEO스위트’가 입주해 있다. CEO 스위트는 빌딩 오픈에 앞서 지난해 6월 임차 계약을 맺었다.

홍콩계 공유 사무실 기업 TEC는 몇 년간 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었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3동에 작년 말 다섯 번째 사무실을 오픈했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명동·여의도·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에 오피스 빌딩 공급이 많아 공실률이 높아진 것이 공유 사무실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상승했다.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 10.6%로 전분기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10.7%로 중소형 오피스 공실률 8.2%보다 높았다.

공실을 줄이기 위해 건물주가 여러 혜택을 제공한 덕에 공유 사무실 기업들의 수익성은 더 좋아지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받지는 않는 ‘렌트프리(rent-free)’ 기간을 늘리거나 인테리어 비용 지원, 임대료 인하 등의 혜택을 공유 사무실 기업들에 주기 때문이다.

건물주로서는 공유 사무실이 입주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건물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앞으로 공유 사무실 비즈니스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유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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