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제대로 없는데 모집? 지역주택조합 주의보
규제 강화 전에 마치려 서둘러
분양가·브랜드 등 과장 광고
사업 차질 땐 손실 떠안게 돼
직장인 서모(40·서울 봉천동)씨는 신문에서 ‘최고 7억원대 ○○을 4억원대에!’란 아파트 분양 광고 문구를 보고 솔깃해졌다. 바로 전화를 걸자 상담원은 “35평(전용면적 84㎡)이 최저 4억7000만원인데 초역세권 입지를 감안하면 앞으로 가격이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담원은 “1차 마감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미심쩍어 구청에 알아보니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였다. 인허가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조합원이 되려면 동일 광역생활권(도 단위)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는 서울·경기·인천을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인정한다. 조합이 시행사 업무를 맡기 때문에 조합원이 되면 일반 아파트보다 싸게 분양받을 수 있다. 땅 매입에 대한 대출 이자 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이런 장점 덕에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2~3년 새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104곳(6만9150가구)이다. 2011년(10곳·5566가구)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관리·감독을 받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달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이 약했다. 조합 운영 주체가 업무추진비를 제멋대로 쓰거나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를 조합원이 떠안는 등 부작용이 생겼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곳도 꽤 됐다. 2005~2015년 설립 인가를 받은 155개 조합 중 입주까지 마친 곳은 22%(34개)에 불과하다(국민권익위원회). 정부와 정치권이 주택법을 개정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 등 관련 규정을 까다롭게 만든 이유다.
이런 광고를 언뜻 보면 일반 분양 아파트와 구분하기 어렵다. 홍보문 한쪽에 ‘시행사: ○○지역주택조합’이라고 작게 표시하는 정도다. 운영 주체는 대개 ‘강남권 아파트가 (3.3㎡당) 1400만원대?’ ‘반값 아파트’ 등의 문구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광고 내용과 실제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고, 사업 지연 시 조합원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위험도 따른다.
인허가를 받지 않아 층수나 가구 수 등 주택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광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과 건축심의를 받아야 계획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시공사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광고에 ‘시공 참여 의향사’ 정도로 표기한다. 말 그대로 시공 참여 뜻만 밝힌 것인 만큼 소비자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가입 전에 토지 확보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권한다. 땅을 확보하지 않아도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땅 일부만 사들인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사업을 승인받으려면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토지 확보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그 피해를 조합원이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을 추가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땅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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