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닮은 文정부 부동산 시장..폭등 전조? 일시 강세?

이진혁 기자 2017. 5.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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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부동산 시장 열기를 꺾을 것으로 예상됐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들썩이고 있다. 이번 정부는 가계부채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때문에 정책 공백기에 수요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렸고 시장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예상과 달리 ‘깜짝 랠리(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거래가 늘었고, 이에 따라 집값도 들썩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에 GS건설이 짓는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 GS건설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약 6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GS건설 제공

◆ 文 정부, 참여정부 초기 부동산시장 재현?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3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4%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우려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도 0.36% 올랐고, 일반 아파트는 0.22% 오르며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무현 정권(참여정부) 초기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취임과 동시에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는데, 정작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3년 3월 한 달 동안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59% 올랐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75% 상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3년 2월말부터 2008년 2월말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무려 33.77%, 서울 아파트값은 56.58% 올랐다. 강남권 아파트는 무려 66.95% 올랐다.

노무현 정권 당시와 지금은 이른바 ‘ 집값 상승기’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권이 집권하기 이전인 2002년에는 월드컵 특수로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2.78%,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79% 올랐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상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개발환수금 등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이틀이 멀다 하고 쏟아낸 것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2014년 초부터 2016년 말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9.23%,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1.22% 올랐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는 이번 정부도 부동산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사회수석,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모두 양극화 해소와 부동산 시장 균형에 중점을 둔 만큼 보유세 인상,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이 이번 정권에서 나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토지 불로소득 공평과세, 개발이익환수 강화, 전·월세 상한제 등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쪽의 정책은 딱히 없다.

“일시적 강세…향후 정책 지켜봐야”

문재인 대통령 주요 부동산 공약·정책. /조선일보 DB

다만 부동산 업계는 대선 이후 부동산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참여정부 당시와 경제 상황이 다르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당시 국내 경제는 IMF 외환위기 졸업 이후 회복기였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 총생산율은 2.9%였는데 2007년에는 5.5%로 회복했다. 중국 역시 경제규모가 연 10%씩 성장하던 시기였다. 주택시장을 규제하더라도 수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터라 국내 부동산 시장을 옥죌만한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넘치는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자연스레 식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영 아파트만 약 110만가구가 공급됐고, 올해도 30만가구 정도가 쏟아질 예정이다. 수요가 넘쳐나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면 이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고, 지방의 경우 향후 미분양이 골칫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 자연스레 시장 열기가 식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4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3% 오를 동안 대구와 경북, 충북, 충남, 울산 등은 각각 0.2~1% 떨어졌고, 인천(0.12%), 광주(0.09%), 대전(0.23%) 등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과 서울의 온도 차가 크다는 얘기다.

업계는 ‘장미 분양’으로 통하는 5~6월의 청약경쟁률 결과에 따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각 부처 장∙차관 인선 등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6월쯤에 더 구체화될 전망”이라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문 대통령 후보시설의 공약인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도시재생 뉴딜, 보유세 강화,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의 주요 정책 이슈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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