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고, 카드 받고, 대리청약까지"..규제 사각지대 오피스텔 투기 조장

이진혁 기자 입력 2017. 7. 2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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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투기 조장 집결체 비난국토부, 규제 비켜난 오피스텔 청약제도 손볼 듯

현대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에 청약하려는 사람들이 청약 신청을 하려고 수십 시간 줄을 서는 불편을 겪었다. 일부 청약자들은 텐트와 돗자리, 간이 의자까지 가져와 청약 순서를 기다렸다. /독자 손정은씨 제공

대형 건설사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보려는 주택 청약자들의 심리를 이용, 얄팍한 상술까지 동원하며 분양권 전매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도 투기를 조장하는 건설사들의 분양 행태를 바꾸기 위해 오피스텔 청약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는 제3자 대리 청약에, 신용카드 청약까지 내세워 투기 조장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약하는 본인이 아니어도, 현금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서도, 모델하우스에 와야만 청약할 수 있도록 폐쇄적인 방법으로 분양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분양권 전매 투기를 조장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이 23일부터 청약을 받은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견본주택 앞에는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와 장마 기습 폭우가 오가는 짓궂은 날씨에도 수만 인파가 몰렸다.

이 오피스텔에 청약한 백모씨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옆에 있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 견본주택까지 둘러쌀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며 “편한 인터넷 청약을 두고 건설사가 홍보 효과만 생각해 더운 날씨에 수요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 거품 조장하는 줄 세우기 ‘포장’…수요자 판단 흐려

6·19 부동산 대책의 허점을 틈타 최근 오피스텔 시장이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기 위해 청약자들을 줄 세우는 현장 청약만 고집하고 있어 청약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건축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택법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달리 건설사가 청약 접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결제원 인터넷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 대신 현장에서 청약하는 오피스텔이 많아 수요자가 불편을 겪는 일이 잦다.

앞서 4월 공급된 한화건설의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은 현장 청약 접수를 했다. 청약 대기시간만 최대 18시간이었고, 일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첨자 발표가 나면 바로 2000만~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청약 대기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이 단지는 정당계약 이후에도 미분양이 생겼고, 분양한지 한 달 만에 전 가구(759가구)가 판매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86.79대 1을 기록했지만, 여기에 가짜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당첨만 되면 2000만~3000만원은 넘을 것 같던 프리미엄도 미분양이 생기면서 웃돈도 붙지 않았다.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호수 조망이 불가능하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타입은 대부분 분양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내가 안 해도, 돈 없어도 청약길 터주는 ‘친절한’ 건설사

건설사가 청약 경쟁률 거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는 신용카드(현대카드)로 청약 신청을 하도록 했다. 청약 증거금 100만원이 없어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돈 한 푼 없어도 청약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1인당 10명까지 대리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2784실에 이르는 대단지라 현대건설은 6개 군으로 나눠 청약 신청을 받았는데, 1명이 최대 60실까지 청약을 할 수 있는 구도다. 자연스레 청약경쟁률도 ‘뻥튀기’될 수밖에 없다.

청약경쟁률이 부풀려지면서 자연스레 수요자의 판단 기준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 규제 무풍지대 오피스텔 청약제도 손 보나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청약할 수 있고, 분양권 거래 제한도 없다. 청약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 거래 금지와 대출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최근 아파트와 비슷한 설계로 나오는 이른바 ‘아파텔’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미엄(웃돈)만 수천만원이 붙는 단지가 나타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주거형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다.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를 포함해 포스코건설의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등 6·19 대책 이후에 분양된 오피스텔만 해도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단지가 잇따라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6월 경기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미사역(2024실)’은 현장 청약에 9만1771명이 몰리면서 서류 확인 작업이 늦어져 당첨자 발표가 사흘 연기됐고 청약자가 빠졌다는 의혹까지 일기도 했다.

오피스텔 견본주택 ‘줄 세우기’ 비판이 계속되면서 국토교통부도 오피스텔 청약을 금융결제원을 이용한 인터넷 청약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대단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인터넷 청약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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