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지하철 탄 노인들 "공짜는 미안한데.."

남형도 기자 2017. 8. 21.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임승차 축소엔 공감하지만 전면 유료화는 우려.. "75세, 80세로 높이자" 의견도
11일 오전 10시51분 신분당선 한 전동차 내 노약자석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아이고, 젊은 친구들한테 좀 미안하지. 제 주위 친구들 생각도 다 그래요."

금요일인 지난 18일 오전 10시40분. 신분당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씨(80)는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씨는 오늘도 공짜로 타는 것이 미안하단 생각에 신분당선을 탈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너번 갈아타야 해서 결국 탑승하러 왔다. 김씨는 "신분당선처럼 장거리를 다니는 지하철은 그래도 비용을 좀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며 "젊은 세대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짐만 지워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신분당선(강남~정자)을 운영하는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65세 이상 노인도 요금(기본운임 2150원, 교통카드 기준)을 내도록 추진 중인 가운데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대다수 노인들은 무임승차 연령은 높여야 하지만 전면 유료화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입이 끊기고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면 대다수 노인, 특히 빈곤층은 감당하기 쉽지 않으니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양재에서 출발한 정자행 신분당선에 탑승해 살펴본 결과 전동차 1량 내 노약자석 9석 중 평균 7~8석에 노인이 탑승해 있었다. 육안으로 봤을 때 머리가 희끗한 노인은 전동차 1량당 평균 11~17명 타고 있었다. 신분당선 1편성이 6량인 점을 감안하면 66~102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분당선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만성적자' 때문이다. 무임승차 승객 비율이 지난해 기준 전체의 16.4%고, 이로 인한 손실은 140억원을 넘었다. 이에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노인 무료 승차를 폐지해달라고 운임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분당선 승강장과 전동차 내에서 만난 노인들은 대다수 무임승차 연령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이모씨(87)는 "신분당선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타는데 고령화 사회라 노인들이 너무 많다"며 "요즘 65세면 너무 젊고, 무임승차 나이를 한 80세 정도까지는 높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모씨(75)도 "10년 정도는 무임승차 혜택을 누렸는데 출퇴근 시간에 공짜로 타는 노인들이 많아 젊은이들이 불평하는 것 같다"며 "무임승차 연령을 75세 이상으로 높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노인들은 무임승차를 연령과 무관하게 전면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모씨(75)는 "우리 세대가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밑으로는 자식들한테 뺏긴 세대"라며 "버스비만 한 달에 5만원 정도 드는데 신분당선까지 유료화되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나가라 하면 하루 종일 신분당선을 타고 왔다갔다 한다"며 "주위에 공짜 점심을 먹는 노인들도 많은데 빈곤층은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신분당선 유료화 문제에 관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아서 별다른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무임승차 혜택을 못 받는 65세 미만 승객들은 무임승차 폐지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신분당선 재정 적자가 크다는데 계속 무임승차를 허용하다 망하면 아예 못 타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무임승차 폐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씨(25)도 "어려운 노인들만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은 몰라도 모든 65세 이상 노인들이 무료로 타는 것은 과잉 복지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국토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무임승차 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