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에도 대학가 전전"..갈곳 없는 사초생·신혼부부

신현우 기자 2017. 9. 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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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잃은 주거복지]<2>"임대주택 확대 등 청년 주거복지 종합적 사고 필요"

[편집자주] '집' 얘기에 곳곳에서 한숨이 나온다. “닭장 같은 방에서 숨만 쉬는데 수십만원이 든다”는 푸념이 나오는가 하면 집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집이 '짐'이 되는 시대. 정부가 이달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봤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빌라. /사진=신현우 기자

#자녀 출산을 앞두고 있는 최모씨(34)는 요즘 매일한숨이나온다. 아기가 태어나면 지금 사는 원룸에서 아파트로 옮기고 싶지만 정부 정책 등으로 대출이 죄여 상황이 여의치 않다.아파트 청약도 사실상 포기했다. 투기과열지구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 청약이 100% 가점제로 운영되면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는 당첨이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직장 생활 2년차인 이모씨(26)는 최근 지하방으로 이사했다. 주변 사람들은 직장 생활 2년간 모아 놓은 돈도 없냐고 타박하지만 이씨 주머니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월급 200만원을 받아도 △월세(관리비 포함) 40만원 △학자금 대출 80만원 △휴대전화 요금·식비·차비(기타비용 포함) 50만원 등으로 빠져나가면 수중에 남는 건 30만원이 전부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중앙대학교 인근 원룸촌. /사진=신현우 기자

널뛰는 집값과 주거비에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이 신음하고 있다. 특히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은 대학생보다 주거복지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신혼부부들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집 마련을 시도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집값과 청약제도 강화 등으로 여의치 않다.

계속되는 월세 지출로 목돈 마련이 힘들어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미루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청약제도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6억3627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6239만원 오른 것. 같은기간 전세가격도 4억1271만원에서 4억3409만원으로 올랐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도 주거비 부담에 (대학가)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혼부부 역시 임대료가 저렴한 대학가 등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직장과의 거리를 떠나 주거비 때문에 대학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신혼부부 수요까지 늘어 임대료가 더 오르면서 대학생들이 이들에게 밀려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대학가 인근 월세는 꾸준히 상승세다. 부동산 O2O 플랫폼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교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홍익대) 33㎡ 이하 원룸의 지난달 평균 보증금은 1378만원, 월세는 49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0%, 2.5% 상승했다.

월세 부담은 늘었지만 주거환경은 제자리걸음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의 월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주거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목돈을 모을 여유도 없이 계속 지출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아파트. /사진=신현우 기자

일부 신혼부부들은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소형 아파트 가점제 100% 적용 계획에 불만을 드러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청약 추첨제가 사라질 경우 아파트 분양 당첨 희망이 없어진다. 청약과열을 잡겠다고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무주택기간 등을 고려하면 신혼부부 청약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당장의 주거비 부담이 연애는 물론 결혼·육아에까지 미치는 영향도 크다. 국토연구원이 1인 청년가구(총 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거비 부담이 앞으로 '내집 마련(87.2점)'에 가장 큰 영향(100점 매우 심각)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이어 △출산·양육(86.7점) △결혼(83.1점) △연애(65.4점) 등 순이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가구들이 주거비 지출 이후 가처분 소득이 적어 연애조차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며 "주거비 부담이 지속된다면 내집 마련 등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를 지원하고 있지만 조건을 내세우는 등 대상이 협소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공급 계획 수립,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위한 관리·감독 등 청년 주거복지를 위한 정부의 종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 특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주거비 보조 등 실질적 도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혼부부의 경우 무주택기간이 짧은 데다 자녀가 없을 수 있어 청약 가점제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추첨제가 투기적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하지만 실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청약제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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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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