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음지'에 숨어 있다

입력 2017. 9. 19. 10:08 수정 2017. 9. 22. 19: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 부동산 상위 1% 평균 6.5채 보유…
부동산 보유 현황·임대소득 드러날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 않고 알짜 수익 챙겨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2주가량 지난 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단지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앞 풍경. 연합뉴스

질문: 한국의 부동산 부자 상위 1%는 평균 몇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까?

답은 6.5채다. 지난해 공시가액 기준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상위 1%를 헤아려봤더니 13만9천 명,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90만6천 채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개인 부동산 보유 현황’ 자료에 나오는 수치다. 2007년 부동산 보유 상위 1%는 평균 3.2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10년 만에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수가 2배 늘어난 셈이다. 상위 10%로 범위를 조금 넓혀보면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상위 10%(138만6천 명)는 평균 3.2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2007년에는 평균 2.3채(115만 명)였다. 비싼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늘어난 셈이다.

정부의 다주택자들 향한 경고

다주택자는 한국 부동산 문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다주택자가 투기 목적으로 많은 집을 사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집값 불안을 야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했던 말이다. 다주택자는 가구당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뜻한다.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은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정조준했다. 국토교통부는 2012~2015년에는 다주택자의 매수 비중이 5~7%였으나, 2016~2017년에는 1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며, 다주택자들의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3년 만에 부활시켰다.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엔 보통 6~40%의 기본 세율이 매겨지는데 내년 4월부터는 2주택 보유자에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20%포인트 이상 세율이 추가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집을 팔아 얻는 양도차익이 3억원이라면, 현재는 양도세가 5950만원 부과되는데 내년 4월 이후로는 1억5320만원이 부과된다. 다주택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주택을 팔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든 선택하라는 경고를 던진 셈이다.

“‘지대 추구’ 특권 존재한다”

다주택자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우선 A씨처럼 아예 전문 임대업자로 나선 이들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른바 ‘갭(gap) 투자’에 나선다.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주택을 사들인 다음, 집값이 오르면 바로 집을 판다. 시세차익을 노려 치고 빠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84m² 전용면적의 한 아파트는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90%에 달한다. 2017년 2분기 전세 최고가는 4억3천만원, 매매 최고가는 4억9500만원이었다. 6천만원 남짓만 있으면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올해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4천만원가량 올랐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만 있으면 이런 아파트를 여러 채 매매한 뒤 매수할 때를 기다릴 수 있다.

이른바 ‘생계형’인 이들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주택이 3채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노후자금을 대부분 부동산에 베팅했다. 서울에 분양받아 살던 매매가 8억원가량의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인근 연립주택으로 집을 옮겼다.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낡은 연립주택을 산 것이다. B씨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도 어머니 명의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B씨다. 유산 상속, 부부의 거주 지역 분리 등 여러 이유로 본의 아니게 다주택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반면 상가주택은 8~9가구로 나눠 임대를 주더라도 법적으로 다주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정부가 생계형 다주택자를 분리하지 않고 싸잡아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A씨 같은 다주택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음지’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절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록증을 받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부동산 보유 현황과 임대소득이 낱낱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이가 많다. 실제 다주택자가 얼마나 집을 임대하고 있는지, 이들이 얻는 임대소득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당근’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당근’을 추가했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중과세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년 동안 임대주택을 보유해야 각종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게 딜레마다. 갭투자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다주택자들은 아직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치권에선 보유세 인상과 임대소득 과세 등 더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가 대표적인 보유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4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헨리 조지의 ‘지대(땅 사용료) 추구의 덫’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는 ‘지대 추구’의 특권이 존재한다”고 일갈했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43.5%인 826만 가구가 전·월세 가구다. 그러나 국세청은 37만 명에 대해서만 임대소득 대상자로 통보했고 그나마 실제 신고 인원은 4만8천 명에 그쳤다.” 추 대표는 부동산 초(超)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임대소득 과세 등을 주장했다. 이어 9월6일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에서 (보유세 문제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고, 9월7일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들에 대한 추가 조치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다시 군불을 지폈다.

청와대·정부·여당 부동산 정책 ‘엇박자’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문제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다음날인 9월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어, 청와대·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엇박자’를 비판했다. “보유세는 자산 격차 해소와 부동산 가격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핵심 대책이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임대소득 종합과세 등도 함께 추진해 자산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9월 말께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