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기업>"수주 '0'에 월급도 못줄 판.. 중소 건설업체는 아사 직전"

박수진 기자 2017. 9.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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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⑥ 생존 위협받는 건설업

7월 국내 수주액 9조7985억

19개월만에 최저 ‘수주 절벽’

8·2 부동산대책 후폭풍 타격

SOC 예산 감소까지 설상가상

해외수주 급감 국내주택 치중

부동산침체 충격 그대로 노출

“예년 연 매출이 150억∼200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연 매출이 얼마인 줄 아세요? 27억 원이에요.”

서울에서 ‘현도종합건설’을 경영하고 있는 최태진 대표는 올해 들어 건설업 위기를 숫자로 알려주면서 “가업 승계는커녕 아들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업종”이라고 씁쓸해했다. 최 대표 회사는 도로 개·보수, 동사무소나 학교 신축 등 정부 발주 공사를 주로 맡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발주를 확 줄이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최 대표는 말 그대로 ‘수주 절벽’을 체험하고 있다. 그는 “주변 건설사 중에는 올해 수주를 한 건도 못 한 회사도 있고, 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인 회사도 있다”며 “중소 건설사들은 아사(餓死) 직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가 고강도 부동산규제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해외수주액 급감 등 3중 악재에 빠지며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상화 정책으로 누리던 최근 3년 내외의 ‘반짝 호황’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건설부동산 산업이 ‘다크 타임’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암울한 상황은 각종 통계 수치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0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7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9조7985억 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1월(7조8815억 원)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고꾸라졌다.

부동산 시장 고강도 규제는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직 소폭이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매매도 확 줄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규제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19일 현재, 신고일 기준)은 3764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월인 8월 같은 기간 8490여 건의 절반도 안 되는 거래량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전년 대비 20%(4조4000억 원)나 쳐낸 것이 직격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도 급감,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0년 716억 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지난해 282억 달러, 올해 205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설사들이 당장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국내 주택과 건축 부문에 치중한 나머지 대형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주택건축 매출 비율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보고서가 나온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 중 현대건설(47.5%)을 제외한 GS건설(56.8%), 대우건설(56.2%), 포스코건설(56.1%), 대림산업(51.7%) 등의 주택건축 매출비율이 높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 시 건설사들이 ‘위기’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업의 위기는 대형개발사업 위축과 연구·개발(R&D) 자금 감소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올해 현재 무산 중이거나 표류 중인 대형개발사업은 수도권에서만 60조∼70조 원(총사업비)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기술 신공법 개발에 들어가는 R&D 자금도 매년 감소, 건설업 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7년 산업기술 통계집’에 따르면 건설기업들의 R&D 투자총액은 2010년 7250억 원에서 2012년 5130억 원까지 감소했고, 2015년에는 3910억 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8월 조사한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도 전월보다 11.2포인트 떨어진 74.2로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CBSI가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2013년 이후 주택건설이 급증하며 건설투자 전체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부분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도 이런 가운데 해외수주도 어려울 경우, 건설경기가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진·김순환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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