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도 언젠가 달리겠지..재건축 정체에도 '시세등등'

김지훈 기자 2017. 9.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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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 49층 불발후 재건축 향배 불투명하지만 입지 등 경쟁력 여전


“은마아파트 매수를 장기간 고민하던 수요자가 이달 집을 사들였습니다. 최근 시세가 크게 뛸 가능성을 의식한 거죠. 집주인들은 싸게 내놨던 물건을 회수하는 분위기고요. 재건축사업의 향배가 불투명한데도 추가 상승 기대감이 생긴 것입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정부의 부동산 규제·초고층 재건축 불발 등 악재에도 은마아파트의 시세가 반등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재건축 추진단지인 잠실5단지의 시세 급등 소식, 서초구의 재건축아파트 신규 분양 흥행 등으로 ‘은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49층 재건축 심의에서 고배를 마시며 층수 조정 등 사업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보주택이 1979년 준공한 4400여가구의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통한다.
 
21일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급락한 은마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소폭 반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월별 최고 실거래가 기준) 조회 결과 지난 7월 13억8000만원에 팔린 은마아파트의 전용 76.79㎡는 8·2대책이 발표된 8월 12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9월엔 실거래가가 13억원으로 반등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지금은 12억원대로 거래는 쉽지 않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전했다. 소유자들이 희망하는 거래금액이 대체로 13억원선이 되면서다. 저금리 기조로 구매력을 갖춘 매수자가 많은 상황에서 잠실5단지 등의 시세 급반등 소식이 심리에 영향을 줬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한신6차 재건축) 1순위 청약당첨자 발표 다음날인 16일엔 청약에 실패한 수요자 일부가 대치동 부동산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강남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은마아파트의 시세 회복과 관련해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시장이 강한 활력을 지녔을 때는 거래 당사자들이 시장 여건을 자신에게 크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악재도 호재로 둔갑한다”며 “은마아파트는 잠실5단지와 다른 사업여건이지만 상승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거래 당사자들이 기대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재건축과 관련해 은마아파트와 잠실5단지가 당면한 현실은 크게 다르다. 서울시 심의결과 은마아파트는 49층 아파트 재건축이 사실상 부결되는 악재에 부딪쳤다. 반면 잠실5단지는 50층 주상복합 건설이 인정되는 호재를 만났다.
 

은마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투시도. /사진제공=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은마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불발의 핵심 배경은 도심·광역 중심과 거리가 먼 입지조건에 있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의 가능성을 열어둔 시내 3대 도심(광화문·시청, 영등포, 강남) 및 7대 광역 중심(잠실, 용산, 청량리·왕십리, 창동·상계,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에 전혀 속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잠실5단지는 광역 중심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사거리 주변이어서 해당 광역 중심 역할에 부합한 정비계획안으로 초고층 심의를 뚫었다.
 
2015년부터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한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미심의’ 결정 이후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서울시의 중심지 체계 및 용도지역별 높이 기준. /자료=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추진위는 사업 방식의 수정을 검토할 예정인데 서울시의 현행 최상위 법정 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체계에서는 은마아파트의 초고층 재건축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앞서 추진위의 기존 구상은 현재 단지 14층 4424가구를 철거해 최고 49층 약 6050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이었다. 추진위는 6000가구 안팎의 전체 가구 수는 35층 재건축시 별다른 차이가 없고 사업성도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일대를 대표하는 명품 주거시설을 건립하기 위해선 초고층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고층 재건축이 확정되면 35층 높이로 지을 때보다 장기적으로 집값이 더 크게 뛸 것이란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층수를 둘러싼 주민 의견은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층수를 낮추길 바라는 한 고령의 거주자는 “살아생전 한 번 재건축아파트에 입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치동 소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단지가 목표 층수를 낮춰 재건축을 더 빠르게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최근 시세를 회복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앞으로 서울시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기대

1979년 준공 당시 은마아파트 전경./자료=강남구향토문화전자대전

하고 초고층 랜드마크를 계속 지지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사업 방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초고층 이슈를 떠나 은마아파트는 경쟁력이 높은 단지로 평가된다. 대치동 학원가 주민들의 교육열, 명문고 진학이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춰서다.
 
정부는 오는 10월 가계부채대책 발표 및 내년 4월 양도세 중과 등 추가 부동산시장 규제관련 정책 시행에 나설 예정이지만 최근 은마아파트 단지 주변 시세 상승을 보면 시장이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부터 강남 부동산시장 과열을 진압하는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시장은 시세가 떨어지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전고점을 회복하는 경향이 잘 나타나는 지역이고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소유자가 아니면 급매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곳”이라며 “은마의 앞으로 재건축사업 계획이 시세에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고 초고층 재건축을 계속 추진하면서 재건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시세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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